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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진

서희진

도망자

옛 달력을 떼고 새 달력을 걸어 놓았습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산에도 올라가 보았지요 매번 되풀이 되는 소망이지만 빠뜨리지 않고 말씀 드렸어요 이젠, 그들의 슬픔을 그들의 아픔을 껴안기로 했지요 더 이상 방황은 없습니다 후회는 더욱 당신에게서 온 저의 모든 것 돌려드려야죠…

서희진

봄은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이 있으랴 칠흑같이 어두우면 어두울 수록 아침의 서광은 빛날 것이고 겨울 추위가 심할 수록 봄은 더욱 눈부시게 마련이다 하루는 밝은 아침 부터가 시작이 아니다 한 밤중이라는 암흑에서 부터 오는 것 사순시기를 지나야 부활을 맞이 할 수 있는…

서희진

달을 보면서

이 먼 나라에서 황량하기만 한 것은 마음 탓이겠지요 어제의 내가 아니듯 달도 어제의 그 달이 아니겠지요 집안 구석 구석 스며드는 달빛이 닫혀버린 마음까지는 닿지 못해 벗 삼기엔 몇 겹의 그리움이 지나고 몸살을 앓을 겁니다

서희진

묵주성월에 드리는 기도

저희를 부르시는 어머니 장미향 나는 묵주를 성모님의 손을 잡은 듯 오늘도 예수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산책길에서 촛불하나 켜놓은 조용한 방에서 성당 감실 앞에서 예수님의 한 생애를 한 땀 한 땀 묵상하며 신비의 길로 들어서는 이 시간 우리의 집착과 욕심을…

서희진

Florence Lake 에서

나는 오늘도 몇 줄의 시를 쓰기 위해 호수로 나간다 고요한 호수에 내 모습을 보면서 흐트러진 마음을 읽는다 이 풍랑을 어찌할까나 떠있는 연꽃사이의 속삭임을 듣고 호수에 비친 나무와 구름의 유심은 서로 어울려 허밍을 한다 멀리 보이는 이름모를 새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한…

서희진

해질녘 바닷가에서

당신은 나의 인력 당겨지는 대로 그리로 나는 쏠린다 하신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씀과 같이 어느 누구도 저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없습니다 언제쯤 당신 앞에 꽃으로 피어나겠는지요? 부는 바람에 내가 만난 영혼들이 손을 내밀면 고요히 내 혼에 불을 지피겠습니다 부서지는 파도…

서희진

길 떠나는 사람

땅에 발을 붙이고 살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존재여 고독과 만나고 혼자 있음의 공간을 수용할 때 오는 자유여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영혼이여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지는 것 뒤돌아 보지 않으리라 소낙비가 내려도 피하지 않으리라 함께 춤을 추며 가리라 통곡을 한들…

서희진

4월의 향연

사계절을 다 품고 불어오는 바람 마음을 맺지 못해 겨울 향기는 아직인데 눈부셨던 벚꽃은 벌써부터 떠날 채비를 하고 고혹한 자목련이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연두빛으로 피어나는 잡힐듯한 뭉게 구름은 느린 음악처럼 흐르고 새소리, 물흐르는 소리, 여자들의 웃음소리에 섞인 바람의 향기 키 작은…

서희진

7월, 숲 속의 독백

호수가 보이는 숲속을 거닐자면 그리움이 먼저 다가와 앞서고 조금은 으시시했던 큰나무도 옷을 갖춰입고 살며시 말을 걸어온다 아직 잠들긴 이른지 새끼 오리들은 여전히 토닥거리며 엄마를 보채고 이름 모를 어린 새는 둥지를 찿느라 허위적거린다 석양의 평화로 마음이 정결해 지는 시간 자연의 속삭임으로…

서희진

가을 앓이

풍향 서희진 (시인, 시 낭송가/빅토리아문학회 회원) 돌아오지 않을 사람들이 불현듯 그리워 질 때 가을비는 내리고 단풍든 나무들은 더욱 짙어만 갑니다 그 짙음이 마음까지 물들어 흔들어 놓으면 나그네되어 길을 나섭니다 침묵하는 저 먼 산을 바라보며 되돌아 갈 수 없는 이 목마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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