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지원이의 다섯번째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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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녀오신 분이 건네준 책 ‘일상행전'(저자 류호준목사)을 읽다 한 쳅터에 눈길이 끌려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의사 빅토르 프랭클 이 있다. 그가 남긴 수많은 저서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 있다. 한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삶에 대해서 예스라고 하세요!”라는 책 중에 한 이야기다.>

체코 테레진에 있는 나치 수용소에서의 어느 오후였다. 프랭클과 다른 죄수들은 수용소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노동을 마치고 터벅터벅 수용소로 돌아왔다. 모두가 탈진한 상태였다. 침대에 퍼저누웠다. 배는 고팟고, 몸은 아팠고, 모두가 기진맥진했다. 때는 한겨울이라 끝없는 어둠만이 길게 드리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얼어붙는 빗길을 행진해서 막사로 돌아온 참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갑자기 수용소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바깥으로 나와 보라고 소리를 쳤다. 막사 안의 사람들이 마지못해 일어나 비틀거리며 바깥으로 나가봤다. 마침 얼음비는 그쳤다. 그런데 보아하니 아주 조금, 그것도 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한 줄기의 햇빛이 여기저기 패인 콘크리트 바닥의 물 고인 작은 웅덩이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바로 거기에, 그들의 끔찍한 날들 한가운데 빛을 받아 어른거리는 작은 웅덩이들이 있었다. 아니 어둡고 캄캄한 날들 한가운데 한 줄기 햇살이 어른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프랭클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얼어붙은 채 섰습니다. 어떻게 창조세계가 저렇게 아름답고 선할수가 있을까 하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우리는 지치고 피곤했습니다. 춥고 병든 상태였습니다. 굶어 죽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들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거기에 , 바로 거기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소름끼치는 경외감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이 세계만큼이나 오래되고 강력한 자세로 우리는 거기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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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이 글을 읽고 매일매일을 더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어제는 우박이 쏟아졌지만 오늘은 따뜻한 봄날씨로 돌아왔다.

교회 가는길은 더욱더 찬란한 햇살로 화려했다.

“어머, 온 천지가 빛이야.” 내 눈에서 눈물이 났다. 눈물은 예배보는 내내 그치지 않았다. 온 천지가 환한 햇살로 뒤덮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옛날에는 알지 못했다.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얼른 밭으로 나갔다. 어제 물을 안 주었더니 어느놈은 벌써 토라서 고개를 삐뚜룸하게 늘어뜨리고 있다. “아서아서, 미안 미안해 고개를 좀 들라구. 오늘 너 한테는 물을 두 배로 줄께” 나는 이들을 달래고 얼리면서 호수 두 개를 가지고 하나는 아예 수도를 틀어놓고 물줄기를 밭 한 가운데로 들여놓았다. 조금씩 빛 바래가는 튜립꽃들 고랑사이로 심어놓은 자줏빛 갓들이 송골송골 고개를 들고 올라온다.

밭 끝이나 가쪽에 심기운것들에게는 가끔씩 물길이 잘 닿지 않아 잘 크지못하거나 심하면 자기의 사명을 펼치지도 못하고 비실거리다 죽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랑해 주어야 할 사람에게 정성들여 안부하고 나누어주고 위로하며 살아가야한다. 빛을 보고 감격하니 힘이 저절로 더 난다.

콘크리트 바닥의 물 고인 작은 웅덩이에 어른거리는 빛을보고 찬탄하며 감격하여 웃기까지 했던 플랭클린씨. 이제부터 우리는 틈 나는대로 한 바가지씩 웃고 또 웃고 더 많이 웃어야 한다. 웃는것이 삶에대한 예의다.

웃자 웃자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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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5도 7도 / 상쾌한 날씨 /

** 드디어 온실에는 토마토가 달리기 시작했다. 정원에 있는 꽃들도 키가 성큼성큼 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