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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완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시를 전공했다. 출판과 트랜드 산업 분야에서 일하다가 전업 작가로 살고자 삼십 대 후반에 돌연 산골 생활을 했다. 그 후 취재와 집필을 위해 몇 년 동안 일본에 머물며 죽은 이가 남긴 것과 그 자리를 수습하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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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뜨고 혼자 중얼거렸다. “휴~ 꿈이었네 다행이다.” 지저분한 꿈 이었다. 새벽 3시에 화장실을 다녀온 후 잠이 들지 않아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다가 보던 책 ‘죽은자의 집 청소(김완)’을 끝까지 다 보고 다시 잠이 들었다. 삼 일동안 보던 이 책이 벌써 내 뇌리에 이런것을 심어놓았나 싶어 고개를 흔들어본다. 

이 책은 참으로 특별한 직업 이야기다. 

사건의 내용마다 피 비린내나며, 어둡고, 쾌쾌하고, 더럽고, 냄새나며, 으시시하며 진땀나는 얘기들이다. 한 참 읽다보면 책 어느 페이지에 선가는 ‘킁킁’ 냄새가 나는 듯 하다.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작가 김완님의 말이다. 작가는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 척화탄으로 자신을 실수 없이 죽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 여성. 현관문의 좌우와 위아래 틈 역시 청록색 천면테이프로 꼼끔하게 막아놓았다. 화로근처에 있어야 할 점화장치가 없다. 여러군대를 살펴보니 이 여성은 죽으면서도 재활용과 쓰레기를 구분해 놓고 얌전히 갔다.
  • 집안에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문을 열 수도 없이 해 놓고 죽어간 사람이있다. 이 집을 치우는데 여기 저기서 쓰레기와 돈도 함께 굴러 다닌다. 청소하면서 쓰레기와 돈(동전까지)을 따로따로 모아서 주인에게 주어야하는데 이것이 여간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아니다. 왜 이들은 돈 관리에 이토록 허술한가!
  • 오줌 페스티벌 – 전화를 건 사람이 페크병안에 오줌이 들어있는데 그것을 좀 치워달라는 전화였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 두 시간이면 끝 날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도착한 아파트. 그러나 막상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 페트병이 거의 5천 여개쯤 되어 보였다. 오래되어 갈색으로 변한 것은 물론 아예 검정색으로 변한 것 까지 등등 기상천외의 상황에 부닥치고 만다. 일일이 페트병 뚜껑을 열고 변기에 붓는데 너무 역겨워 두통과 구토가… 방진마스크를 벗고 방독 마스크로 바꿔쓰고 일 처리를 하다.
  • 죽은 고양이 떼들 치우기 – 죽은 고양이를 처리해 달라는 전화는 수도없이 받는다. “고양이가 몇 마리 되나요?” ‘음… 잘 모르겠는데, 한 일곱마리?” <… 그 안에는 미리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애초에 어떤 동물인지 형태조차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려서 나부죽하게 털가죽만 남은 고양이들이 칸칸이 쌓여있다. 거실 바닥에는 파리 성충으로 변태하지 못하고 생장을 멈춰버린 붉은 번데기 정월 대보름날의 팥알처럼 잔뜩 흩뿌려져 있다…>
  • 서가 – 남겨진 책을 보면서 죽은 이에 대해 생각한다. 서가에 꽂힌 압도적인 양의 책, 지독하게 읽으면서 이 생을 건너간 사람이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 이불속의 세계 – 공책과 종이에는 무엇을 그토록 집요하게 새겨넣었을까?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품어온 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항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 쌍쌍바 – 둘이 살다 혼자된 여자다. 모든 것이 두개 씩이다. 컵도 숟가락과 젓가락, 밥공기와 국그릇까지도 그렇다. 떠나간 남자 홀로남은 여자는 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아주 깨끗한 방. 옷걸이용 행어에 바지는 바지대로 예리하게 날을 세운 대 일렬로 걸려있고, 코트나 점퍼는 보관용커버가 씌위져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매달려 있다. 설합장의 양말과 속옷이 색깔별로 구분되어 있고 부채꼴로 접혀 수직으로 차곡차곡 포개져 있다. 마지막 냉장고 속 음식을 비우고 나니 냉동 칸 안에 쌍쌍바 하나만 냉기를 품은 채 놓여있다. 굳이 쌍쌍바를 골라서 나눠 먹으려던 애틋한 마음이 나를 흔든다.
  • 죽기(자살)전에 본인견적을 문의해 오는 사람도 있다.
  • 거의가 가난한 사람이 자살한다. 
  • 작가이면서 특수청소부인 이 사람도 늘 지저분한 꿈을 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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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감자와 토마토, 계란 반숙, 브로코리, 콩줄기, 양파, 로메인상추, 호두, 건포도 샐러드
그리고 집에서 만든 소스

  • 날씨 : 7도 / 조금 차가운 날씨다 / UVic 한국어 봉사자 실천 / 침 맞고 왔음 / 걷기 25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