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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아빠를 핼리팍스로 모시고가 잠시 함께 살면서 아빠가 정신과 육체가 함께 늙어가고 있음이 역력하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젊었을때 기계체조 선수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파일럿을 하다가 임기 10년을 채우고 이민길에 올랐던 아빠. 그때는 정말 새파란 삽십대 청년이었다. 아이들에게 더 없이 자상했던 아빠, 그의 인격을 지금까지 온 가족이 존경해오고 있다.

작년 초 겨울 코로나로 고생을 했지만 딸 덕분에 목숨을 건졌으니 아직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지는 않은 모양이다. 딸아이의 걱정스러운 말을 조금 올려본다.

** 엄마, 최근에 아빠와 내가 헌 가구에 뭔가를 고칠 일이 있었어요. 가구에 박힌 못올 빼려는 상황이었어요. 못에 녹이나서 가구에 딱 달라붙어서 일반 드라이버로는 안되고 전기 스쿠루 드라이브로 하려고 하니 아빠가 아주 단호하게 “내가 할께, 이런것 내가 많이 해 봤어.” “아빠, 이것 녹이 슬어서 그걸로는 안되요. 내가 할께요.” “아니, 넌 참 고집이 세구나. 내가 하도록 내버려둬.” 이렇게 딸과 실랑이를 벌렸다는데 결국 딸이 고집을 부려서 전기 드라이버로 일을 끝 냈단다. (이 점에서 아빠는 매우 서운한 표정… )

** 엄마, 아빠가 옛날에 비행기를 많이타서 귀에 무리가 많이 갔나봐요. 내가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아빠한테 말 할때는 아주 크게 말 해드려야 해요. 그런데 아빠는 내가 소리지른다고 “너는 너무 세다. 좀 차분했으면 좋겠다.”며 나를 핀잔주고 있네요. 엄마가 아시다싶이 나는 언제나 무리한 생각이나 말을 하지 않잖아요. 아빠 한테 처음으로 고집 세다는 소리를 듣네요. 허 허 허 이러니 노인하고는 못살지요. 어느 며느리가 이런 고집불통 시아버지 보겠어요. 딸이니까 감수하지요. 아이구 기가막혀요.

** 엄마, 아빠는 내가 팀(사위)하고 사이가 안 좋은줄 알고 아주 걱정을 많이해요. 이것도 참 넌센스예요. 엄마 아시다싶이 우리부부 아무 문제 없는것 엄마 알지요? 알콩달콩 잘 살고있는데 아빠는 귀가 잘 안들려서 우리가 서로 대화도 없이 사는 줄 알고 혹시나 잘 못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엉뚱한 걱정을 하시는 것 같애요. 팀은 원래 말이 적은 편이잖아요. 자기 할 일만 하고 싱긋 웃는것이 고작이거든요. 하기사 마음 먹고 웃길때는 배꼽 잡아 매야 하는 때도 있잖아요. 허 허 허. 울 아빠 이제 정말 노인네 다 됐어요. 무척 슬퍼요 엄마. 나는 이 세상에서 엄마와 아빠 둘 다 너무 사랑하는데 아빠와는 이제 대화가 옛날처럼 되지 않으니 아빠가 안됐어요.

  • 아이고 딸에게 실망시키지 않게 정신 차리고 살면서 딸 아들과 오랫동안 옛날 얘기 많이 하면서 살다 가야겠다. 착한 우리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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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우리의 정신을 이렇게 망가뜨려놓는다.

세월은 우리의 발랄함을 질투해서 몸을 온통 쭈구러지게 만든다.

세월은 야속하게도 우리를 젊은 시간으로 되돌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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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1도 / 비 / 지금도 밖은 비 사람 소리가 요란하다. / 걷기 30분 + 10분 / 하루 잘 보냈음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