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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후 수영장에 갔다. 수영장 안에 시계를 보니 7시 15분이다. 그런데 어른은 단 한 사람도 없고 온통 아이들 천국이다. 잠시 어리둥절했다. 아이들이 렛슨을 할 때도 줄 한 곳은 언제나 비워두어서 수영을 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막음 줄 없이 온통 다 틔여있다. 나는 구태어 수영을 안해도 되기 때문에 아기들 수영하는 곳으로가서 걷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나를 본 가드가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금요일은 8시까지 아이들만 물 속에서 노는 날이예요. 어른들은 그 이후에 자유스럽게 수영할 수 있어요. 오늘은 괜찮지만 다음날은 시간을 맞춰오면 불편함이 없을꺼예요.”라 말한다.

“그럼 내가 여기서 물 속 걷기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지요.”

나는 평소 금요일 밤 이 시간에 와 본 적이 없어서 직원의 말을듣고 조금은 당황했다. 그러나 다시 옷을 줏어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조심스럽게 아이들을 피해 물 속을 앞으로 뒤로 걷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6학년이상 중 학생들로 보이는 패기 만만한 아이들 약 60여명의 움직임은 정말 대단했다. 나는 아이들이 내 곁으로 달려와 나를 넘어뜨리지 않을까 여간 조심 스럽지 않았다. 물론 물 속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격열한 움직임들은 내 신경을 곤두세우기에 충분했다.

어떤아이들은 다이빙을, 어떤아이들은 타잔처럼 줄 잡고 물 속에 뛰어 내리기, 또 어떤 아이들은 내가 걷고있는 휘말이 물 속으로 뛰어들면서 장난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공 놀이는 어디로 공이 날라갈지 아무도 모른다.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않고 움직이는데 수영장 전체가 들썩거린다. 이들의 웃음소리와 온 몸을 물속에 풍덩 던지는 그 에너지를 바라보면서 정말 젊음이 젊음답다고 느껴졌다.

나도 한때는 저런 시절이 있었을텐데 그때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버리지 않았나. 오늘 저 아이들도 나 처처럼 뭐가 뭔지 모르고 까불고 웃고 떠들고 있을 것이다. G.K. chesterton은 No man knows he is young while he is young. (아무도 젊은 시절에는 자신이 젊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다.

8시 5분 전에 아이들에게 수영장 사용이 끝난다는 방송이 나오고 곧 아이들이 하나 둘 탈의실로 들어갔다. 세상은 마치 그동안 아무일도 없었던것 처럼 갑자기 고요하다. 나는 서서히 풀 장 안으로 내 몸을 들여놓고 수영장 열 바퀴를 돌았다. 물은 많이 출렁거리지도 않았고 마치 작은 그물 하나가 움직이는 듯 수영장안에 긴 줄만 긋는다.

이게 늙은이의 몸 움직이는 소리다. 고운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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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10도 / 흐렸지만 햇볕도 많이 나와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 수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