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의 선인장 (내 아뜨리에에 이렇게 화사하게 피어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나를 포함하여 다섯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4년 전에 그 중 한 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금년 여름에 또 한 명이 역시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어제 한국에 있는 남은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 명랑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어찌 조용하다.
1) “정인아, 별일 없는거야? 목소리가 힘이 없네.” 친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응, 일주일 전에 위 2/3 절제 수술하고 지금 회복 중이야. 위암 3기였다는구나.”
“뭐라구? 네가?”
“그렇다네”
평소 너무 건강했기 때문에 8년동안 건강검진을 안 해오다가 이번에 우연히 했는데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한다. 우리는 늙어가는 얘기와 아픈 얘기들로 가득 채우고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 친구 정인이는 암이라는 얘기에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든다며 울먹인다. 남편이 일찍 저 세상으로갔지만 홀로 딸 둘을 잘 키워서 이제는 걱정없는 삶을 좀 누릴까 했는데 웬 날벼락인가 싶단다. 다행히 이 친구는 남편이 죽기전에 미리 처 자식 먹을 것을 다 마련해 주고 갔다.
아이들에게 폐가 될까봐 재혼할 생각도 안 하고 앞 만보고 달려왔는데 남편과 살아온 세월보다 홀로 살아온 세월이 더 많았다며 과연 자기의 생각이 옳았는지 회의가 온다고 한다.
2) 다른 한 친구와도 통화하게 됐다. 그녀는 아들하나 딸 둘을 두었는데 남편이 사업한답시고 자기도 모르게 집을 저당잡혀 평생 살던 집도 은행에 빼앗기고 남편은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다. 나이 칠십을 넘겼지만 결혼 하지 않은 딸과 둘이 사는데 조금이라도 생활에 보탬이 되어보려고 시간제 아이 돌보는 일을 하러 다닌다. 가다가다 눈물이 나고 남편이 괫씸해서 용서가 안 된다며 이 나이에 너무 초라하다며 하소연 한다. 나는 그녀와함께 초등학교부터 다녔었는데 아버님이 초등학교 교장선생으로 계셨고 집안 모두 교육자 집안인 친구다. 그녀는 공부도 잘했고 인물도 썩 좋은 친구다. 또한 부정한 꼴 못보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매사에 정확한 성격인데 늙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
3) 4년 전에 죽은 친구의 남편은 친구가 죽은지 얼마 안되어 장가가서 랄랄 룰루 잘 살고 있다는 소문… 죽은 친구는 미국에서 몇 십년동안 큰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돈도 많이 벌어놓았는데 쉬지않고 너무 일을 많이해서인지 암 선고를 받았고 회복하지 못하고 70도 못되어 갔다. 친구 남편은 친구와 함께 벌기는 했지만 모아놓은 돈이 많아 자기 마음에 드는 여자 만나서 새 장가갔으니 버는년 따로있고 쓰는 년 따로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친구를 생각하면 공연히 심통이나고 분한 생각이 난다.
그러니까 말야.
배우자와 자식 에게도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말고 자기 건강 잘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돈 돈 돈만 많이 모으려고 하지말고 즐기며 쓰다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날씨 : 흐리다가 잠시 햇볕 / 6도 / 낮에 수영다녀옴 / 내일 오후 2시에 장례예배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