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touch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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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고 추운 나흘째 날이다. 오늘은 기어코 수영장을 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어제 준비해 두었던 가방을 들고 나섰다. 집 앞 현관부터 아직도 서걱 거리는 얼음을 밟고 아기 걸음을 걷는다. 손에는 수영장에 가는 가방을 다른 손에는 긴 우산을 거꾸로 들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우산 꼭대를 눈속에 콕콕 찍으며 걸었다.

집에서 나가는길은 제설차가 한 번도 다녀가지 않은 모양이다. 길 가에 눈이 수북하다. 조금 더 가면 길이 좋겠지… 했지만 그것은 나의 바램일 뿐이었다. 수영장까지 가는동안 길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지만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에서 “오늘 Aquafit 하나요?”라고 물었더니 “yes”라고 대답한다.

하, 이제 그 포근한 물속에서 팔다리를 마구 움직이며 운동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얼른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뭐지? 강사는 나와있는데 사람은 나 말고 조금 젊은이 딱 한사람. 그러니까 두 사람 뿐 아닌가. 헐 헐 헐

세상에나 그러니까 매일 물 속에서 운동하던 할마시들은 나 빼고 단 한 사람도 수영장에 나타나지 않은것이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강사가 웃으면서 내 이름을 부르더니 “당신은 한결같구먼요.”라 말한다. 나도 웃으며 “오늘 보니까 그러네요.”러 화답하며 일단 Hot Tub으로 들어가서 그 따끈한 물 맛을 즐겼다. 사흘동안 누리지 못한 행복을 지긋이 눈을감고 오래토록 느껴보았다.

Hot Tub에서 나와 혼자 수영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없어서 줄 하나에 사람 하나씩 널널하게 수영하게 됐다. 한 참 수영을 하고 있는데 강사가 나를 부른다. 곧 젊은들 팀이 Aquafit을 하는데 죠인 하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젊은이들 4명과 내가 함께 물 속 운동을 한 시간하고 돌아왔다.

할매들이 한 명도 없이 젊은이들 속에 끼어서 운동을하고 돌아온 오늘 나는 아직 할매가 아니라고 소리쳐 본다.

그럼그럼, 엘리샤~ 아직은 할매가 아니야. 조금 나이많은 젊은이지 뭐

‘으 흐 흐 흐’ 나의 응큼한 웃음소리를 누가 듣고 있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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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3도 / 흐림 / 낮에 수영 다녀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