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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가슴이 종일 심하게 눌러져서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그냥 편하게 누워있다가 잠이들었다. 아침에 수영 가기전에 컴퓨터를 켜니 가끔씩 들어오는 ‘조정래 목사’의 글이 있어서 읽어보다가 공감가는 글이라 나의 독자들과도 나누려고 올린다. 오늘 하루도 우리모두 명랑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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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목사의 일상 이야기 (10): 너 교회 다니냐?
오래전에 뉴욕에서 살 때 맨하탄에 있던 한국식품가게에서 “옥이 이모”라는 한국드라마 비데오 테이프를 빌려 본 적이 있었다. 그 후 30년이 지난 지금,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 하며 유튜브를 통해 “옥이이모”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다.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에서 미혼모 신세가 된 옥이, 아이 아빠 될 애인이 사고를 죽어 홀로된 옥이를 사랑으로 품어 청혼한 성주사, 성주사가 술로 인해 얻은 병으로 요절하는 바람에 과부가 되어 홀로 아들을 키우는 옥이이모의 한 많고 슬픈 이야기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 한다.
구질구질하게 가난하던 60년대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풀빵 장사, 뻥튀기 장사, 넝마 주이 이야기를 통해 어렸을 때의 우리 동네가 생각나고, 구수하고 진솔한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를 통해 느끼는 인간미와 유머가 듬뿍 담긴 이 드라마는 혼자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옥이이모” 25편을 보던 중, 노점에서 팥빙수를 파는 아저씨와 팥빙수를 사 먹으러 온 엿장수가 티격태격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엿장수가 팥빙수를 팔던 아저씨에게 “나 팥빙수 하나 다오.”라고 했다.
팥빙수 아저씨는 의심쩍은 듯이, “너, 돈 있냐?”하고 물었다. 엿장수 아저씨가 한 때 넝마주이를 할 때 먹고 도망친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엿장수 아저씨는, “나를 예전의 나로 아는 모양인데, 나 달라졌어.”라고 하자, 팥빙수 아저씨는, “너, 교회 댕기나?”하고 물었다.
그러자, 엿장수 아저씨는, “나, 교회 다니지는 않지만, 달라졌어.”하면서 팥빙수 값으로 돈을 주었다. 교회 목사로 있는 나한테는 팥빙수 아저씨가 “너, 교회 댕기나?”하고 묻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술과 담배에 쩔어 있던 사람이 교회에 다니고 부터 술, 담배를 끊고 달라진 사람, 바람피고 아내를 폭행하던 사람이 교회에 다니고 부터, 회개하고 선량한 남편으로 달라진 사람, 도박에 빠져 돈을 빌려 갚지 않고 빚쟁이를 피해 다니던 사람이 교회에 다니고 부터 도박을 끊고 일을 해서 빚을 갚는 사람으로 달라진 사람.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팥빙수 아저씨는, “달라졌다”고 자부하는 엿장수 아저씨에게, “너, 교회 다니냐?”하고 물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나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내세울 자신이 없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보다 더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보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선행을 많이 하고 있는가? 오히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더 이기적이고, 더 무례하고, 독선적이고, 편협하고 배타적인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교회에 다니면서 좀 더 겸손하고,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엿장수 아저씨처럼, “교회에는 다니지 않지만, 나 달라졌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미국 말에, “하나님은 미움으로 가득 찬 기독교인 보다 친절한 마음을 가진 무신론자를 더 좋아 하신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God prefers kind atheists over hateful Christians.) 이런 글을 쓰면서 내 마음 한 구석에서 불쑥 이런 말이 솟아 난다: “남 말 할 것 없다.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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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흐림 / 8도 / 어제는 눈 정기 검진 다녀왔는데 안압 레벨은 정상이라고 한다. / 수영 끝나고 옛날 일하던 Vitamin Shop 사장 부인과 점심하기로 했다. / 이번주는 계속 스케쥴이 바쁘게 잡혀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