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을 앞에놓고 엄청 행복해 하는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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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요 근래 만난 마틸다와 나는 지난 주 물 속에서 서로 인사하고 이름을 교환었다. 자기는 몬트리올에 살고있는데 잠시 여기 와 있다는 정도로 자기의 현재 상황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나더러 일본사람이냐고 묻는다. 내가 아니, 나는 한국사람이지. (일본 사람 중에 이런게 근사한 사람 없거든 ^^) 그랬더니 그녀는 웃으면서 한국음식을 가끔씩 먹어 보았는데 자기 입에 너무 맞다고 하면서 잡채, 잡채, 잡채를 되뇌이는데 발음이 바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Noodle 어쩌구 저쩌구 하기에 잡채를 말 하려고 하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내가

“내가 그럼 우리집에 한국 음식 먹으러 올래? 내가 잡채하고 다른것까지 한 상차려줄께”

“Are you sure? thank you”라며 그녀는 망설임 없이 냉큼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는 Aquifit이 없는 날이 주말이라서 날짜를 오늘로 잡았다. 귀한 손님 맞으려고 아침부터 분주히 또 다시 또닥또닥~~ 음식 장만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틈을내어 침대에 들어가 낮잠까지 자고 다시 부엌으로 내려와 시간에 딱 맞추어 뜨거운 음식을 내 놓으려고 돌격! 자세로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었다.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어서 들어온 마틸다는 집이 예쁘다며 감탄한다. (뭐 집이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그림들이 많아서 그렇게 보인다.) 혹시나 싶어서 며칠전에 만들어 놓았던 오이김치를 한 그릇 내 놓았는데 마틸다는 숫가락을 달라고 하더니 김치 국물을 계속 퍼 마시고 성이 안 차는지 밥과 요리접시마다 다 오이김치 국물을 소르르 부어 먹는다. 그러면서 이렇게 맛 있는 김치는 처음이라고 칭찬한다. 내가

“아니 어떻게 매운 김치를 그렇게 잘 먹어?”

“나는 매운것을 유독히 좋아하고 몬트리올에서 가끔씩 사다 먹기도 하는데 오늘 이 오이 김치맛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헉, 헐, 뭐지, 이 사람은 한국사람 피가 섞였나? 할 정도로 그녀는 김치 매니아였다.

아무튼 점심을 맛 있게 먹은 후 너무 고맙다면서 자기가 나 한테 뭔가를 꼭 보답해 주어야 겠다며 돈? 영화구경? 나가서 식당요리? 등등을 외친다. 내가

“돈은 필요없고 영화구경도 밖에서 보면 자막이 없어서 100% 못 알아들으니 (스르르 빨리 발음하고 가는 대화 특히 코믹영화) 안되고, 밖에서 식사 하는것도 우리집에서 먹는 것 보다 못하니 안된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자기 남편이 손재주가 좋고 힘도 세니까 정원에 큰 나무 자르는 것이나 집에 손 볼것등 뭐든지 해 주겠다고 말한다.

헉~ 이런~

얼머나 잘 먹었으면 점심 한끼에 이렇게 감격하나?

이러던 중 딱 집 안에 손 볼것 한가지가 생각났다. 정말 그렇게 진지하게 도와줄 생각이 있다면 우리집 안쪽 창문에 모기장이 없는데 여름에 모기와 파리 때문에 창 문을 활짝 열어 놓을 수 없어서 곤란하거든 더우기 요즈음 이상기온으로 무지하게 더울때가 있는데 아주아주 힘들었어. 그동안 모기장을 만들려고 했지만 코비드로 일꾼들이 일을 안 하고 설령 있다해도 이 빅토리아는 handy man 이 너무 부족해서 불러도 안 오고 왔다하면 왕창 charge한다.

마틸다는 눈을 반짝이며 “그거 우리 남편이 해 줄수 있어” 하더니 자기를 픽업온 남편에게 다 얘기한다. 남편은 사람좋게 생겨가지고 당장 줄자를 가져오라더니 창틀 스케치를 하고 큰 것 한 곳과 오븐쪽 작은 창문 하나 그리고 현관 문 들어오는 큰 곳도 자로 잰다. 현관문에것은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을 사다가 설치 해 주겠다고 하면서 걱정 하지 말라고 행복한 웃음을 던져주고 내외가 떠나갔다.

이런일도 있나? 점심 값 치고는 너무 비싼 점심 아닌가.

마틸다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너무나 융숭한 대접을 해 준 것에 감격했다면서 몬트리올 지나갈때 꼭 자기 집 들려 달라고 말한다. 이들 부부는 빅토리아에 살고있는 남편의 친구를 방문 중인데 이 친구의 아내가 몇 년전에 세상 뜨고 너무 외로워서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망가져 가는 친구를 위로하는 차 왔단다. 말을 듣고보니 마틸다 부부는 매우 인성 좋은 사람들이다. 망가져 가는 친구는 60년 지기라고 하니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끈끈한 친구들도 있다.

그들이 다녀간후 힘이 솟고 앤돌핀이 마구 도는 듯 하다.

이렇게 나는 늘 되로주고 말로 받는다.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 어디 좀 더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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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에게 남은 음식들을 다 싸 주었는데 김치국물도 좀 싸 달라고해서 다시 한 번 놀라고 아예 오이 김치를 작은 통에 담아서 국물이 철철 흐르도록 꽉꽉 눌러 담아주었다. 나가면서도 계속해서 나더러 김치 장사하면 대박 난다고 말해준다. 흐 흐 흐 대박날께 한 두 가진가… 엄마 생전에 ‘재주 많은놈이 돈 벌이는 못하고 고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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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햇볕 50% / 구름 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