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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작가 정지아의 장편소설)를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첫 장부터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사람을 흥분시킨다. 작가 정지아의 손끝에서 펼펴지는 지나간 암울했던 시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그녀의 작품은 언제나 훌훌 말아먹는 막국수처럼 빠르게 읽어 넘어간다. 맛이있다.
<두 노인네는 매일 아침 투닥거리며 늘그막을 보냈다. 신문을 들고 집에 온 아버지는 어머니와 내 앞에서 평생 교련선생 한 놈이 조선일보만 본다고 박선생 흉을 보았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듣던 말이라 어느 날 짜증이 나서 물었다.
“생각이 다르면 안 보면 되지. 애도 아니고 맨날 싸우면서 왜 맨날 놀아요?”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아랫목에 자리를 잡고 신문을 촥펴면서 말했다.
“그래도 사램은 갸가 젤 낫아야.”
아버지에게는 사상과 사람이 다른 모양이었다. 예전에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광주교도소에서 함께 복역한 동지 한 사람이 떠르르한 지주의 자식이었다. 그에게는 늘 사식이 풍성하게 들어왔다. 그 사식을 벤소에 숨겨놓고 돼지처럼 저 혼자 먹었다고, 진짜배기 혁명가가 아니라고, 아버지는 두고두고 흉을 보았다.
“여호와의 증인들이 한 감방에 있었는디 갸들은 지 혼자 묵들 않애야. 사식을 넣어주는 사램 한나 읎는 가난뱅이 들헌티 다 노놔주드라. 단 한명도 빠짐없이 글드랑게. 종교가 사상보담 한질 윈갑서야.” – Page 47>
종교가 사상보다 한 수 위라는 이 글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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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울컥하다가 웃음이 나오고 그래서 슬픈데 재미있고,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다.“
ー 유시민 작가 (추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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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간밤에 눈이와서 아침에 새 하얀 눈을 맞이했다. / 수영장 가기위해 자동차에 쌓인 눈을 털어내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