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머리 올림 : 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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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5월 말이면 내 피붙이 언니가 미국 생활 45년을 마치고 한국으로 역이민 간다.

언니는 미국 L.A.에서 시작부터 은퇴하는 날까지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해왔다. 그동안 언니는 은퇴 후 마지막을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문제로 여러번 한국을 다녀온 바 있다. 그러나 언니는 미국에서 살아온 날들이 한국에서의 삶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여러 해 망설여 왔다. 그러던 중 작년에 나와함께 한국에 가서 다시 한번 한국에서 살 것을 꼼꼼히 관찰하더니 한국에서 살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내가 살고있는 빅토리아에도 생각 해 보았지만 언니는 미국인이라서 갑자기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없다. 만약 외국인이 보험없이 응급실이라도 찾았다고 한다면 폭탄 요금을 맞을 것이다.

“얘, 나이 팔십 넘기고나서 살아있는것은 큰 의미가 없어. 삶은 젊었이들의 것이야.”

언니는 내가 전화 할 때마다 늘 이렇게 늙음의 슬픔을 얘기하곤 한다. 언니가 젊었을때는 여름 휴가때가되면 자동차를 손수 몰고 캐나다도 여러번 노러왔고 미국의 친한 친구집도 몇개의 주를 넘어 들락거리며 활발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불행하게도 눈이 황반변성이와서 시야가 깨끗하지 않고 불안한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다행히 과거 미국에서 목회하시던 목사님이 현재 전주에서 큰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데 그 목사님이 언니에게 전주에 와서 살면 보살펴 주겠다는 얘기를 여러번 듣고 마지막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나도 미국에 살때 만났던 이 목사님을 잘 알고 있어서 퍽 마음이 놓여 그렇게 하는것도 좋겠다고 응원해 드렸다.

늙으면 놀라고 슬퍼지는 일이 너무 많다.

*첫째로는 거울을 보면서 자기가 정말 늙은 것에 놀라고

*둘째로는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것에 놀라고

*셋째로는 다른 늙은이를 보면서 나도 저렇구나를 생각하면서 슬퍼지고

*넷째로는 젊었을때는 왜 늙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했을까에 자책하고

*다섯째로는 나의 사고 할 수 있는 날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에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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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 6도 / 수영장 다녀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