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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수영장에는 정신 부자유 젊은 이들이 전문 기관에서 훈련된 보호자들과 함께온다. 나는 이들을 매주 보기 때문에 대충 얼굴을 알고있다. 우리가 물속 운동을 할때 이들은 낮은 물 속에서 서로 바라보는 자세로 운동을 하게된다. 한참을 운동하고 있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 눈에띈다. 혼자 몸을 지탱할 수 없는 나이 어린 남자 아이를 안전한 기구에 뉘어 두 여자 어른이 아이에게 물놀이를 시켜주고 있다. 보아하니 불행하게도 이 남자 아이는 육체까지도 부자유 스러운 경우다. 두 여자는 엄마와 이모 쯤으로 보인다. 아이가 좋아라고 두 팔로 물을 세게 치는 바람에 두 여자는 연신 물 세례를 받고 있는데도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잃지않고 있다. 아이가 행복한 모습을하니 두 여인 모두 함께 기뻐하고 있다.

나는 이런 광경을 쳐다볼때마다 내 운동은 어디로 잠시 내려놓고 그들의 행동에 내 눈길이 따라다닌다.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는 팔과 다리가 너무 가늘다.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이 아이와 함께 사는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까 마음이 짠하다. 이 시간에 단체로 오는 아이들은 정신 지체아들로 육체는 건강하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데나 돌아다니고 수영복도 훌러렁 벗어 던지는 바람에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곤 한다. 그들은 기관에서 함께오는 보호자들과 1:1로 꼭 붙어다니고 있다. 때로는 보호자들이 그들로부터 머리 끄댕이를 잡히기도 하고 멀리 도망 다니기도 해서 힘들다. 또한 이들이 오는 시간은 여기 저기서 괴성을 지르는 자들이 많아 좀 시끄럽다.

나는 때때로 내 몸이 옛날같지 않아서 끙끙 대다가도 수영장에서 이들을 보고나면 그 불평이 싹 가셔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곤 한다.

우리는 매일 똑같이 밥 먹고, 일 가고, 잠 자고, 하는일에 얼마나 감사를 하고 사는가?

나 역시 예전에는 그런 평범한 일상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감사를 몰랐다. 고통을 당하고 병원을 들락거리고 남들의 불행을 나도 맛 보면서 알게된 이것은 진정 진주처럼 아름다운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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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7도 / 흐리고 으스스 / 수영 다녀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