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웨이가 예정대로라면 5월1일 새주인에게 인수된다. 나는 이제 며칠 안 남은 날들을 그동안 함께 열심히 일 해준 직원들에게 한끼 밥이라도 더 먹이려고 매일 새 밥을 해가고있다. 쌀도 수시 쌀로 밥을 지으니 너무 맛 있단다. 필리핀 사람들은 포르르 날라갈 것 같은 끈기 없는 쌀을 먹는데 우리나라 밥을보고 너무 맛있다고 난리다. 어제 호돌이에서 사온 돼지고기 수육을 양념해 놓았는데 아침에 압력 밥 솥에 40분 찌니 쫄깃쫄깃 한 것이 너무 근사하다. 나를 포함하여 다섯명이 충분이 먹었다. 가게 냉장고에는 내가 늘 만들어놓은 소스가 있다. 과일을 듬뿍넣고 새콤하게 만든 엘리샤포 소스인데 직원들은 밥만 있어도 이 소스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 하곤 해왔다. 직원들이 손님을 받아가며 틈틈이 밥을 먹으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맛 있는 음식이 한국 음식이라고들 너스레를 떤다.

부침개, 잡채, 떡 볶기, 야채볶음, 불고기 가끔씩 만두찜 그리고 김치는 늘 떨어뜨리지 않고 있어왔다. 오늘 밥을 먹으면서 직원들이 다가오는 나와의 이별때문에 너무 슬퍼한다. 언니가 여기서 파트 타임 하면 안돼냐고 보채기까지 한다. 나는 월급을 많이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 새 주인이 부담이 되어 안 된다고 말 해주니 ‘으 흐 흐 흐’하면서 우는 시늉을 한다.

만두를 두 팩 만들어 얼려놓고 김치도 한 박스 담궜다. 한가해지면 사람들이 더욱 더 들락 거릴 것 같다. 어디 도망이라도 가야 할까? 아니 뭐 미리 준비 해놓고 무슨 딴소리? 그러네 참.. 참.. 사람들 오는 것 너무 좋아하니 이것도 팔자소관인가보다. 옛날에 우리 엄마도 늘 사람들 오는것 좋아해서 부엌이 요란하고 사람들 소리로 벅적거리고 살았는데 그 피를 물려받았으니 이게 어디 내 잘못인가?

말라햇 산에 올라가 바람쏘이고 사진을 찍어와 그래픽으로 옮겨보았다.  2004년에 개봉된 Troy 영화 (3시간16분)한편까지 보았으니 하루 분주하게 보냈다. 만두와 김치를 만드느라 부엌과 마당 수돗간이 난리가 난 것 처럼 어수선 했지만 부엌이 시끄러워야 사는 맛이 난다. 우리 부엌은 이렇게 계속 살아있는 부엌으로 그 사명을 다 할 것이다. 글을쓰고보니 부엌에도 사명이 있나 싶기는 하다.  어제부터 날씨가 좋아지니 마음도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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