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샤씨 당신은 아티스티니까 감각이 있겠지요? 우리 식탁과 부엌 카운터 탑이 좀 엉켜있는데 오늘 이것들을 좀 멋지게 정돈해줘요.” 할아버지가 내게 부탁한다.

“물론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식탁과 부엌에 물건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오던 차라 은쾌히 “오케이”했다. 아무리 좋은 것들이라고해도 많이 모여있으면 희귀성이 떨어지는 법이다. 색상과 물건의 종류 그리고 높이등을 고려해서 재 배치하고나니 한결 깔끔하다. 이곳 사람들이 흔히 쓰는 ‘Less is More’ 다.

덜어낸 물건들을 이층 크로젯 안에 들여놓느라 층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발 품은 좀 팔았지만 할 일 없이 놀기만 하다 일을 좀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아일랜드 나잇을 끝내고도 중단없는 일 꼬리들로 쉬지 못했는데  소파에 앉으니 졸음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내가 힘들게 일 시켰는데 방에가서 한 숨 자요.” 할아버지가 내게 친절히 말한다.

“아, 아닙니다. 소파에서 쉬면 되지요.”

“아니, 정말로 내가 편하게 자는 것을 허락 한다니까요.”

“정말로요? 그러면 딱 30분만 자고 올께요.” 나는 정말로 자고 싶었다.

“그러지 말고 6시 퇴근까지 2 시간 남았으니 그때까지 자도되요. 나는 혼자 테레비 보면될테니.”

퇴근하여 저녁을 먹는데 할아버지가 내게 전화했다.

“엘리샤, 오늘 너무 수고했는데 잘 들어갔나 싶어서 전화했지요.”

“어머머, 아뇨 수고는요. 운동 잘 했죠 호 호 호. 저는 잘 와서 지금 밥 먹고 있습니다. 내일 뵈요.”

아무리 생각해도 할아버지가 나를 배려하는 것은 본인 의지가 아닌 듯 하다.  할아버지 집의일은 육체적은 일은 하나도 없고 단지 할아버지와 대화하고 함께 밥 먹고 하는 일인데 거기에 늘 나를 챙겨주려는 진심어린 배려까지 보너스로 들어있다. 인생살이 평생 힘들게만 사는 것이 아니고 또한 평생 호강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끝까지 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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