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가방을 싸던 손님이 내게 말했다.

“와 이번에는 가방 싸기가 싫은지 모르겠소, 내일 아침에 쌀랍니다. 이상타” 하면서 짐 싸는 것을 포기한다. “그러면 한잔 하세요.” 손님은 내 책상위에 수북히 쌓여있던 한국서 새로사온 스므 여나므의 책들을 그 동안 다 읽고 떠난다. 그 분이 좋아하는 된장찌게와 시금치 나물을 상에 올리고 점심으로 김밥 한 줄 만들어 가방에 넣어주었다.

“이 김밥 한 줄 만들려고 아침 7시에 마켓 문 열자마자 시금치 사러 갔었어요.”

“아이고 고맙심더. 잘 먹을께요.”

“그러나 저러나 정말 알짜배기 여행이네요. 그 책들을 다 훓고 가시다니요.”

“그래요. 수지 맞았어요. 그런데 와 된장찌게는 매일매일 맛이 더 좋아지는기요? 참 참” 아침을 먹으면서 당분간 내 된장찌게를 못 먹을 생각에 매우 아쉬운 눈치다.

“매년 이 집에 오지만 집에서 딴 무화과와 자두를 이 처럼 풍성히 먹은 적은 없었던것 같네요.”

“네, 금년에 아일랜드 나잇이 일 주일 앞 당겨졌고 또 날씨가 계속 뜨거워서 그랬을 꺼예요.”

“빅토리아에 사는 사람은 축복입니더. 가는 곳 마다 숲이요 바다요 호수요 집집마다 과일 나무에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으니까요.”

이렇게 부산 손님이 떠났다. 부산에서 타야하는 비행기를 인천까지 올라갔다가 먼저산 비행기 티켓완전히 날리고 다시 사서 온 분이다. 그나마 책 많이 읽고 가는 것으로 보상 받았으면 좋겠다.

햇볕이 스러지는 저녁 시간에 고기굽던 커다란 그릴에 붙은 기름들을 다 닦아내었다. 연중 행사다. 다음해를 위해 정돈해 두어야 한다. 물 호수를 들고 야채밭으로가니 뜨거운 햇볕 때문에 고추가 다 죽어간다. “아이고나…” 고추가 주렁주렁 참하게 달렸었는데 거의가 실신상태다. 내 게으름 탓이다. “미안하다 미안하다”며 물을 깊게 넣어주고 밤에다시가서 보니 살포시 기운을 차린 듯 하다.

토마토밭은 가족들을 많이 거느리고 줄줄이 익어가고 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모든것이 관심이요 배려요 채워줌이다. 한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아일랜드 나잇’ 사진들을 올리면서 그날의 즐거움을 되살려본다. 모두들 웃고있다. 매일 이렇게 웃고만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