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그림을 그리다.

바깥일을 어지간히 마무리 한 셈이라 안에서 밖앝 출입없이 그림만 그렸다. 그림이라는 것이 실은 마음대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생각 같아서는 좋은 구도에 아름다운 색상이 입혀져서 매번 시간끌지 않고 끝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유화그림 완성시키기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러 달이 걸린다. 그리고도 완성된 작품이 내 마음에 쏘옥 들기는 그리 쉽지않다.

두번째 해바라기는 여러 달 화실에 걸려있는 미완성 그림 이었는데 벽에 걸려있는 것을 볼때마다 뭔가 침침하고 내 눈을 거슬왔다. 이런 작품은 마음에 들때까지 죽든 살든 해결을 봐야 속이 시원하다. 조금 진전이 있었다.

창작이라는 것이 매일 척척 나온다면 모든 작가들이 뭘 염려하랴. 나 역시 끙끙대며 고민하고 안되면 여러 해 동안 구석에 처 박아두었다가 마음 내킬 때 다시 꺼내서 정리할 때도 많다. 색상이 다른 것과 튀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어야하는데 마음같이 되지 않는다. 나는 미술대학에가서 이런저런 이론을 배운것도 아니고 순전히 독학생이기 때문에 필기해놓은 노트북도 없고 스승도 없다. 그림 기리다 정 안되면 위에계신 분에게 여쭐 수 밖에 없다.

다행히도 언제나 내 손을 잡고 함께 함께 그림 그려주는 분이 내게 있어 늘 든든하고 감사하다.

첫 번째 그림은 사인 끝났고 세 번째 와 네 번째 그리고 다섯 번째 그림은 오늘 시작했다. 색상이나 그외 분위기가 잘 섞여지지 않는 그림들같이 인간도 여러 사람과 잘 못 어울리는 사람들 이 있다. 그들은 주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자신도 고독하게 살아간다. 둥글둥글 잘 어울리며 누구와도 편견없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 가진것 조금씩 나누며 살아가는 세상, 웃음까지도 아끼지 않고 이웃에게 건네주며 살아가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 내일부터 더 많이 웃어보리라.

             

** 지난해부터 얼마전까지 우리 샵에서 일 하던 필리핀 직원 테시가 이달 말 경에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 다시 올 수 있을련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못 올 경우를 생각해서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고자 내게 여러번 청해왔다. 며칠 전 호돌이에가서 테시 김치 재료를 사다놓았는데 저녁에 와서 실습에 들어갔다.

많은 과일을 갈아놓고 찹쌀 풀까지 쑤고 내 레서피대로 김치를 만들어 가지고 갔다. 얼굴에 웃음이 함박꽃 같이 번진다. 실은 그녀는 필리핀에가서 김치 장사를 하려고 벼르고 있다. 코스코 김치를 사다 먹는데 내 김치를 먹어본 후 다른것은 맛이 없다며 꼭 내 김치 맛을 배워가야 한다며 늘 떼 써 왔는데 오늘 그 결실을 보게됐다.

사람이 무엇이든지 이 처럼 악착같이 배우기를 원하면 하늘이 돕는다. 부디 필리핀에가서 김치공장 차려 대박터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테시는 우리 샵에서 일 할때도 정말 열심히 자기 사업처럼 일 하던 직원이다. 김치를 들고 집으로 가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수도없이 하며 갔다. 밀린 숙제 하나 한 것 같이 마음이 가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