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 글> 탄자니아 여행기 2

글/사진: 한상영(빅토리아문학회 회원)
글/사진: 한상영(빅토리아문학회 회원)

 

Ngorongoro Crater

몬디를 만나고 떠나느라 응고로응고로 국립공원 Gate에는 다른 사파리 여행객들보다 늦게 도착했는데도 많은 사파리 여행객들이 가이드가 Register 서류를 작성하고 입장료를 내고 허가 서류를 받아 올 때까지 안내소에서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Information Center에 여행객들을 위한 변변한 안내장 하나 비치되어 있지 않다. 처음 탄자니아 여행을 권유 받았을 때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모르는 상태에서 받는 경이감이 더 생생할 것이라고 자위를 해 본다

전방 10m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니 덮쳐온다. 추워서 옷을 겹쳐 입는다. 600m 높이로 병풍처럼 솟아있는 화산 단층을 넘어가야 동물들이 있는 분화구로 갈 수 있는데 오늘 같은 날씨에 어디 동물들 구경이나 할 수 있겠나 싶어 투덜대는데도 가이드는 넘어 가기만 하면 동물들은 많이 볼 수 있다고 가볍게 말한다. 많은 여행객들이 다니는 길이 포장이 안 된 데다 보수가 잘 되지 않은 길이라 역시 자동차가 덜커덩거리며 달린다. 더구나 옆이 낭떠러지인데도 가드레일이 없다. 위험천만 조마조마한 마음에 손잡이를 더욱 세게 잡는다. 수많은 외국 여행객들이 오는 관광지 관리가 허술한 것에 나중에는 짜증까지 난다. 언젠가는 대형사고가 날 수 있을텐데 그럴 경우 여행객의 수가 줄면 보수공사하는 비용보다 더한 손해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 같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산꼭대기에서 분화구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를 그냥 지나친다. 가이드는 오후에 돌아 올 때 볼 수 있다고 우리를 위로한다. 능선을 따라 분화구로 내려가는 길에는 마사이 족 마을이 안개속에서 어릿어릿 보인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 가에 마사이 전통 복장을 한 노인이 서서 우리를 쳐다보는데 돈을 내기만 하면 마사이 춤 공연도 한다고 한다. 드디어 분화구로 내려오니 안개는 걷혔는데 여전히 날씨는 흐려 멀리 누우떼가 지나간다고 하는데 아무리 보아도 분간이 되지 않는다. 습지가 있는 마사이 마을 근처에 차를 세운 후 자동차 천장을 올려 전망대로 만들고 절대 자동차 밖을 나가면 안된다고 주의를 단단히 준다. 그 사이 마사이 아이들이 기념품을 들고와서 사라고 끈질기게 떼를 쓴다.

그들에게서 벗어나 동물들을 찾아 나선다. 사파리 차들이 몰려 서 있는 곳은 영락없이 볼거리가 있다는 표시인데도 가까이 있으면 모를까 멀리 있는 것들은 우리로서는 가물가물 알 수가 없다. 가이드는 멀리 있어도 잘 찾아내고 어떤 상태인지도 설명을 해 주는데 우리는 망원경을 정확히 맞춰 보기 전에는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제일 많은 동물은 누우와 얼룩말인 듯 어디를 가도 계속 만난다. 또 멀리서 수 많은 무리가 길게 줄지어 움직이는 것도 그 두 동물인데 아마도 어디를 가나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나 보다. 오전 내내 흐린 날씨여서 그런지 코뿔소, 타조, 하이에나, Waterbuck, 가젯, 임펠라, 홍학, 하마, 들소, 바분 등 많은 동물들을 보았어도 가까이서 보지 못해 사파리가 이런 건가 좀 시들해 진다. 그래도 가이드는 꾸준히 새로운 동물을 찾아 샅샅이 훑으면서 차를 몬다.

날씨가 개어 햇빛이 나올 즈음 하마 떼가 머리만 내밀고 틈틈히 물을 뱉어 올리는 호수로 차들이 모여드는데 군데군데 화장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점심을 먹는 곳이다. 여행객들 중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한국말이 들려온다. 오후엔 드디어 사자를 찾아냈다 그런데 역시 너무 멀다. 망원경으로 보니 번듯하게 누워 느긋하게 오수를 즐긴다. 가이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냥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꾸준히 기다린다. 그러나 사자들은 배가 부른 건지 일어날 낌새가 전혀 없다. 기다리다 못한 차들이 하나 둘 떠난다. 우리도 흥미진진한 사냥의 순간을 포기하고 만다. 나중에 코끼리가 사정없이 나무 하나를 절단내며 잎과 껍질을 먹어 치우는 것을 보긴 했어도 오늘은 별로 운좋은 날이 아닌가 보다.

안개 때문에 아침에 지나쳤던 꼭대기 전망대에서 면적이 250 평방 킬로미터나 되는 광활한 지역을 내려다 본다. 화산 단층이 병풍처럼 둘러 쳐져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분화구 안, 마실 물이 있고 뜯을 풀이 있는 이곳에서 많은 동물들이 자연 상태로 평화롭게 살아 가고 있다. 이 단층만 넘어가면 오염된 세상이 있다. 오염된 세상과 격리된 이곳이야 말로 동물들의 낙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지역도 오염된 세상 사람들이 관리하고 통제한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하느냐에 따라 이곳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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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angire National Park

이곳은 면적이 2600 평방 킬로미터로 응고로응고로 분화구보다 10배나 더 넓은 광활한 초원지대다. 다음날 아침 이곳에 도착하자 정문 앞에 몸집이 큰 바오밥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이 지역엔 이 바오밥나무가 어디든 있는데 사진을 찍으면 어떤 각도에서든 사진이 잘 나온다. 먼지가 일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며 동물들을 찾아 다녀야 했지만 날씨가 완전 개어 있어 산뜻한 기분이 들고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까지 든다.

역시나! 코끼리떼가 바로 앞에서 우리를 보고 눈을 꿈적이며 길을 비키라는 듯 멈춰 서성인다. 사파리 차 안에서 사람들이 계속 사진을 찍어댄다. 이곳도 역시 누우와 얼룩말이 압도적으로 수자가 많은가 보다. 어디에서든 수백마리가 줄지어 움직인다. 어떤 때는 천마리는 되는 듯한 무리가 줄지어 이동하는데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누우나 얼룩말들이 이동할 때는 맨 앞에서 리더가 갈 방향을 결정하나 보다. 리더가 멈추면 뒤 따라오던 누우떼들이 같이 멈춘다. 누우는 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냥감이라 사자들은 누우가 다닐 만한 길목을 지키며 끈기있게 기다린다고 한다. 얼룩말은 움직이지 않고 서 있을 때 두 마리가 마주 엇갈린 상태로 서서 서로 상대방의 등 너머로 적을 감시한다고 한다. 차 앞을 바분(개코원숭이) Family가 지나가는데 한 100마리는 되는 듯하다. 한 아기 바분이 앙증맞게 제 엄마의 엉덩이 부분에 올라 타고 간다.

사파리 차량이 많이 몰려 있는 곳에 우리 차도 선다. 사자가 있다고 한다. 개울가에 어미 사자가 한 마리 늠름하게 앉아서 개울가 언덕에서 7, 8마리의 새끼들이 장난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가이드 말로는 앞으로 누우떼가 물 마시러 내려올 것이고 그 때 이 사자들이 사냥을 할 것이라고 한다. 시간은 12시 쯤이다. 사파리 차들이 끈기있게 기다린다. 그 때 한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누우떼가 물 마시러 우루루 개울로 내려온다. 하품을 하고 있던 사자들이 몸을 한껏 낮추고 살금살금 그 쪽으로 다가간다. 어느 정도 사냥 거리가 됐다고 판단한 사자가 몸을 길게 느리며 쏜살같이 달린다. 위험을 느낀 누우떼가 뒤돌아서 도망을 치는데 뒤에서 내려오던 누우들이 채 돌아서기도 전에 먼저 내려왔던 누우들과 섞여 혼란해진다.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상태라 아무래도 빨리 도망가기가 쉽지 않다. 먼지가 뽀얗게 언덕을 덮는다. 결국 사자가 한 마리를 낚아 챘나 보다. 그 사이 사파리 차들이 그 언덕이 잘 보이는 쪽으로 몰린다. 그런데도 차가 있는 곳에서 언덕까지는 너무 멀다. 미리 그쪽으로 차를 옮겼던 우리 가이드는 그 와중에 먼 거리인데도 사자가 낚아 챈 것까지 본 모양이다. 언덕 중간에 사자들이 포획한 먹이를 뜯고 있다고 흥분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알려주고 망원경을 어느 방향으로 보라고 가르쳐 준다. 잔인하지만 보는 이에게 짜릿한 스릴을 선사하는 장면이다.

점심 식사하러 가는 도중에 바로 차 앞에서 기린 몇 마리가 높은 나무 꼭대기에 있는 잎을 긴 목을 세워 따먹는 것을 본다. 꼭대기에 있는 나무 잎은 다른 어떤 동물도 손댈 수 없는 기린만의 몫인 듯 싶다. 목을 꼿꼿이 세우면 눈 높이가 높아 마치 높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듯 시야가 훤 할텐데 감히 어느 맹수가 기린을 넘보겠는가. 그런데 어째서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라고 했을까? 나를 쳐다보는 기린의 눈망울도 똘망똘망 전혀 슬퍼 보이지 않는다. 기린을 바라보는 시인의 당시의 심정이 슬펐던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기린은 눈을 치떠서 위를 보지 않는다. 위를 올려다 볼 기회도 이유도 없다. 눈은 항상 아래를 보고 있다. 그래선지 기린의 눈자위는 두껍게 아래로 쳐져 있다. 아래로 처진 눈자위는 맑은 눈동자를 가린다. 대체로 쳐져 있는 눈으로는 밝은 표정을 짓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그래서 시인은 기린을 슬픈 짐승으로 표현했나 보다

우리가 든 Tented Lodge 라는 곳은 앞부분은 두꺼운 이중 Tent로 되어 있는데 Tent 문을 걷고 모기장 문만 닫아 놓으면 아늑하게 침대에 누워서도 멀리 광활한 초원을 내려다 볼 수 있으며 뒤는 Tent 와 연결하여 세멘으로 화장실과 샤워실을 만들어 놓아 편리하면서도 뭔가 야외에서 잠자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Lodge 이다. 사방에 램프로 불을 밝혀 불꽃이 흔들리는 모습이 현대식 건물 위에 천장 꼭대기에 꼭지점을 만들어 원시인의 집처럼 지붕을 얹은 모습과 어우러져 편리하면서도 야생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Lodge내 식당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고상한 분위기에 젖어 저녁을 먹는다. 식사 후 방으로 돌아 오는데 안내원이 우리를 호위해 준다. 밤에 야생 동물들이 우리가 잠자는 숙소 주위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해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음식들은 동물이 침범할 요소이니 Counter에 맡기라고 한다. 실제 다음날 점심때 코끼리 몇 마리가 멀리 초원에서 어슬렁어슬렁 올라와 숙소 사이를 지나가는 것을 보았고 가젯 한 쌍이 숙소 앞에서 귀엽게 뛰어 노는 것도 보았으며 그레이 혼빌이 숙소 앞 길을 깡충깡충 뛰노는 것도 보았는데 어짜피 이곳은 동물들의 영역이고 우리는 그들의 거주지를 잠시 빌리는 입장이 아닌가.

응고로응고로에서 실망한 것을 보충이라도 하는듯 거기서 보았던 하마만 빼고 이곳에서는 모든 동물들을 가까이 볼 수 있었고 거기서 보지 못했던 기린과 치타도 가까이서 보았으며 특히 이곳엔 기린의 수자가 많은지 많은 기린을 볼 수 있었다. 다만 표범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가까운 시기의 멸종은 아닐지라도 아마도 수자가 줄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날 아침 떠나기 전 호수에 들어가 물을 마시고 있는 이 지역의 최대 주주인 누우와 얼룩말 무리, 그리고 짝 기린이 망을 보는 사이 몸을 절대 물에 담지 않고 앞 발을 넓게 벌려 몸을 최대한 낮추고 목을 길게 내려 물을 마시는 고고한 기린 가족들과 길게 줄지어 언덕을 올라가는 귀엽고 순진하게 생긴 임펠라의 무리, 그리고 거대한 몸집으로 이 지역의 평화를 지키는 코끼리떼 들에게 차례로 작별의 손을 흔들었다

사파리의 백미는 아마도 사냥일 것이다. 특별히 맹수를 사냥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냥은 정해진 곳 특별한 허가 아니면 불가능해진 지금은 맹수가 먹이감을 사냥하는 장면을 볼 수 있냐가 사파리 여행의 즐거움을 결정하는 듯 싶다. 다음날도 또 떠나는 아침에도 가이드는 사자나 표범, 치타의 무리를 구석구석 찾아 다니는데 그들이 있을 만한 곳인 물가 나무 그늘 아래를 유심히 살피며 긴가민가하면 차를 세우고 망원경으로 확인한다. 그리고 사자나 치타가 있는 곳에서는 지루하게 기다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런 장면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닌가 보다. 첫날 멀리서 본 이 후 한번도 다시 보지 못했다.

그러나 저녁이 되어 숙소로 돌아오면서 바로 앞 길게 뻗은 나무 가지 아래 멀리 바오밥 나무 가지 가지 사이로 지평선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본 것 만으로도 이곳 Tarangire National Park Safari 여행은 내게 황홀한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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