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평론가/빅토리아문학회 회원

 

꽈다탕 꽝
“으아악!.”
“우와! 사람 죽는다. 와-”
“으악!”
“살려주세요”
“오! 오! 오!”
“얘들아! 어디니? 깜깜한 이 밤중에 이게 무슨 일이야. 오 하나님!”
“엄마. 이쪽이에요. 빨리! 빨리 으흐흥”
“형! 누나! 도망가야 해. 빨리.”
“뛰어! 뒤 돌아서 뛰어! 뛰어.”
“오! 이런 지옥이 없구나. 수많은 사람이 산산 조각나서 죽다니. 오 하나님!”

“어머님. 제 손 꼭 잡으시고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하겠어요. 아버님. 어머님 넘어지시지 않게 꼭 잡아 주세요. 여기서 넘어지면 사람들 발에 밟혀 죽겠어요”
“얘 그런데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혼비백산해서 몰려오는 걸까?”
“조금 전 저 다리 앞 쪽에서 섬광이 번쩍하고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때문이겠지요”
“그럼 한강 다리가 끊어졌겠구나.”
“그렇겠지요.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앞으로 못 가고 뒤돌아 오는 거겠지요”
“그럼 우린 어떻게 피난을 가지?”
“어떻든 집으로 돌아가시죠. 어떻게 할까 그때 다시 궁리하도록 하고요.”
“아까 밤 10시 방송에서 대통령이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하던데 지금 대통령도 서울에 있는 거 아니니?”
“아이구 이 사람! 순진한 소리하네. 대통령이 여기 있는데 사람들이 이 새벽에 왜 피난 길에 올랐겠어”

“대통령 각하 다시 대전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무슨 말이야? 김일성이 군대가 철수라도 한다는 게야?”
“그게 아니라 각하. 너무 많이 내려오셨습니다.”
“아직 대구까지 밖에 못 왔는데 너무 내려왔다고?”
“네. 어제 밤 정부는 수도 서울을 사수하겠다는 방송을 했습니다. 우리 국군이 의정부를 탈환하고 적을 추격 중이라 했습니다. 안심하고 있을 국민들의 눈과 미국 등 참전을 약속한 우방 들의 눈이 있습니다.”
“음…저놈들이 바로 쫓아 올 텐데 위험하지 않을까?”
“인민군은 이제 막 서울에 들어왔다 합니다.”
“그래? 그럼 돌아가야 겠구먼 대전이라면 아직은 괜찮겠지. 가자구.”
“감사합니다 각하!”
“그런데 한강 다리 끊으라는 것은 어찌 됐나? 신장관에게 단단히 일러 놓았는데.”
“네 각하. 아마도 지금 쯤 이미 폭파 완료됐을 것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조금 안심이 되는 구먼. 그놈들이 그걸 복구하고 쫓아오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까.”
“염려 놓으십시오 각하. 저희가 각하를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딘 헤치슨 장관. 코리아에 있는 우리 국민들은 어찌 됐습니까?”
“오늘 아침까지 2500명 미국인들은 안전하게 비행기와 배를 이용해 일본으로 철수 완료 됐습니다. 비상 철수 메뉴얼이 차질없이 시행된 결과입니다.”
“좋아요 딘. 유엔 안보리에서 가결한 38도선 이북으로의 철수 요청 동의안에 북한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이라 예상됩니까?”
“저들이 저렇게 나온 이상 쉽게 물러나진 않겠지요. 우리로서는 저들의 생각이 무모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효과적 방안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강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군의 역할은 어느 정도로 예측할 수 있습니까? 이승만이 거듭 북진통일을 주장하면서 무기만 주면 하루 만에 한반도 이북을 수복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데 자체적으로 북한군을 상대할 한국군의 전투력은 신뢰할만한 수준입니까?”
“우리 미군의 통제없이 한국군에 무기를 제공한다면 한국은 우리가 제공한 무기를 고스란히 모택동에게 팔아먹고 대만으로 쫓겨간 장개석처럼 될 거라는 것이 국방부 관료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러나 미스터 프레지던트, 이 시점에서 이승만을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파트너로서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심각히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민주적 경험이 전무한 국가들의 공통된 부패 현상 아닙니까. 파트너의 지위까지 재고해야 할 상황입니까?”
“이승만이 어제 맥아더 장군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한국의 전시 상황을 돕지 않는다면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국민들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합니다.”
“오! 노… 한 나라의 정치 지도자로서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지요? 이건 지극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당신이 주장한 지역방위선(애치슨 라인)에서 한국을 제외시킨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광폭한 군주의 모습입니다. 많은 정적을 살해하고 민간인을 공산당으로 몰아 집단 학살하고 있으며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깡패들을 동원하여 국가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그의 만행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5월 선거에서 그의 당에 참패를 안겨 주었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그의 광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그 문제는 추후 다시 의논하기로 합시다. 지금은 공산주의의 침공을 차단하여 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한 대로 조속히 적의 공격을 격퇴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나는 맥아더 장군에게 미군의 통제하에 한국이 제안한 군수물자를 제공하고 1차로 해군과 공군의 지원을 개시하라고 명령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