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숙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한국의 만두, 중국의 딤섬, 중동의 모모, 스페인의 엠파나다,이탈리아의 라비올리, 폴란드의 피에로기등 나열한 음식의 공통점은 다양한 식재료와 양념을 피로 감싼 음식이다. 이처럼 다양한 국가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비슷한 형태의 음식이 발전해왔다. 물론 조리법이 다른만큼 먹는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식탁에 자리한 식기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빅토리아에서 유아교육 과정을 배울 당시, 다문화 국가인 캐나다의 아동들에 대해서 이야기 할 시간이 주어졌다. 각국의 자장가나 동요를 불러보거나 수화, 예절등을 알아보는 꽤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때 한 학생이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5살남짓의 한국아동으로 낯선 언어, 친구들, 선생님과의 첫만남은 소극적인 아이를 더욱 주눅들게 했다. 어머니는 새벽잠을 깨며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김밥을 첫날 도시락으로 준비했다. 순꼽아 기다리던 소풍날이면 먹었던 김밥을 아이는 더없이 기다렸을 것이다. 긴장되고 어색했던 오전일과를 마치고 테이블에 모두들 둘러앉았다. 오색 재료가 빼곡히 들어찬 맛있는 김밥을 손가락으로 집어 들려는 찰라 선생님이 다가왔다. 그녀는 꽤나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뭔가를 설명을 하고는 김밥을 들고 사라졌다. 아이는 초조한 마음으로 선생님이 곧 김밥을 돌려 주실 거라고 믿고 있었다. 잠시 뒤 선생님은 예의 김밥을 수저와 함께 아이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아이는 눈물이 잔뜩 고인 눈으로 김밥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유인즉, 김밥은 속재료와 함께 즐기는 음식인데 선생님이 보기에 질식우려가 있어 반으로 잘라 주었단다. 물론 안의 속재료는 갈곳을 잃고 이리저리 굴러다녔고, 이를 본 아이는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영어를 알아듣지도 못한 아이가 선생님의 배려를 이해할리 만무했다. 그때는 이 웃지못할 음식에 관한 일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보조교사로 근무한지 몇 개월후 정직채용되면서 16명의 아이와 함께 생활을 하게됐다. 떠들석한 점심시간이지만 바른 식습관과 식탁예절은 항상 지도한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는 습관을 기르는것은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에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루는 도시락은 늘 뒷전인 리즈가 주먹으로 비스킷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닐포장을 뜯자마자 산산조각난 비스킷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터져나왔다. 나는 자뭇 엄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스프 다먹고 비스킷을 먹는게 좋을것같다. 도와줄까?’ 리즈는 앙다물었던 입을 열고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스프에 비스킷 넣어 먹으라고 했어요.” 짧은 순간 나의 실수를 알아챘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자주 즐겼던 외식 메뉴중에 브로콜리 스프에 비스킷을 넣었던 기억이 스쳤다. “미안해, 리즈. 나는 네가 장난하는줄 알았어. 그래 네 말이 맞아. 비스킷을 넣으면 더 맛있는데.. 내가 깜빡 잊었어. 미안” 나는 서둘러 사과했다.

로마 여행중 찾은 식당에서 치즈와 피클을 추가로 주문 했을때 적잖이 당황하던 식당 직원, 필리핀 세부에 머물때면 초대 받았던 가정에서 전통음식은 손으로 먹고, 예의상 음식을 적당히 남겨두었던 일이나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면을 먹던 일본인 유학생을 보고 놀라했던 타국의 학생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식전에 음식과 만든 분에 대한 감사인사를 하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즐겁게 식사를 하는 것은 만국공통이다. 타국의 음식을 즐기기전에 예절을 알아두는것 역시 작은 배려일 것이다. 다음 주에는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새로운 친구가 등원을 한다. 나는 이 글을 마치고 그들의 식문화를 찾아 보려고한다. 낯선 이국에서 그 친구를 이해하는 가장 첫걸음이 아닐까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