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설이다.

이곳 북미에 살고있는 사람들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지만 고국에는 지금 한창

구정이라 가족들과 함께 모여 지내기 바쁘다. 우리 집은 기둥되는 큰 오빠가 오년 전에

돌아가시고 이제 올케와 조카 셋가족들이 자기네 가정을 꾸미고 살아가고 있다.

조카들이 가까이서 엄마를 잘 보살피고는 있지만 홀로남은 올케가 마음에

쓰인다. 작년부터 설 선물을 보내기 시작했다. 좋은 한우와 조기 꾸러미를

보내드렸더니 온 가족이 모여 잘 먹고 있다며 조카한테서 전화가 왔다.

“고모, 너무 고마워요. 우리 모두 잘 먹고 있어요.”

“엄마한테 잘 해 드려라.”

“네”

이어 올케가 전화를 받는다.

“고모 왜 한번 안 나오는거야? 내 살아생전에 몇 번이나 더 보겠어?”

“그렇지 않아도 금년 가을에는 시간을 내 보려고 합니다. 내 학창시절 학비

만들어주시느라 오빠와 오케언니가 수고 하셨는데 적지만 이제 내가 값아야지요.”

“아이고 고모는, 나는 옛일 다 잊었는데”

“그래도 은혜를 받은 사람은 결코 잊지않고 언제나 그 고마움이 가슴에 남아있거든요.”

조카말이 자기들이 세배를 올리니 올케가 울더란다.

씩씩한 올케, 당당하던 올케, 집안 일으키고 자식 훌륭히 잘 기른 올케.

이제 팔순으로 접어들었단다. 세월따라 우리도 늙어가고 언젠가는

그 다정한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날이 온다.

가족들과의 교류는 많을수록 좋다. 다다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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