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옷도 바꿔입기 전에 바로 밭으로 달려간다.
“지금쯤 얼마나 자랐을까?” 기대하며 다가간 채소밭, 하룻동안 역시 한 뼘이나 자랐다.
이 대로 놔 두었다가는 세어서 맛이 없을 것 같아 저녁에 아욱국을 끓일 결심을 하다.
마켓으로 달려가 조개와 할로피뇨를 각각 몇 개 사 왔다.
캐일이 얼마나 잘 자라나고 있는지 소나무처럼 번듯하다. 하루 걸러 한 잎 씩 따다 먹고있다.
상추들의 집합~
어찌도 이리 잘 커주는지 예뻐 죽겠다. 여기 뽀족보죽한 잎사귀 채소는 갓 처럼 툭 쏘는
맛이있어 특이하다. 와사비와 쌈장을 함께 먹는 기분이랄까?
자 이제부터 슬슬 아욱국을 끓여볼꺼나. 우선 다시마와 무우 멸치를 넣은 육수를 우려내고
새우와 조개도 잘 씻어 몇 알 준비한다.
육수가 한 20분가량 끓고나면 건데기는 다 건져 버리고 새우와 조개를 넣고 한 소큼
다시 끓인다.
밴쿠버 친구 코스모에게 물어보니 아욱을 살살 문질러서 초록 물을 두어번 빼고 다시 씻어
넣어야 맛있다고한다. 정말 그렇게 살살 문대보니까 푸르른 물이 빠져 나간다.
힐로피뇨 하나 잘게 다져 넣고 마지막 10분 끓여내고나니 환상의 아욱국 탄생~~
내 이럴줄 알았어. 정말 아욱국 맛 있네. 한국 떠나고 41년 만에 처음으로 근사한 아욱국
먹어보았다. 아욱이 또 자라나면 누구를 또 불러 먹여야겠다. 이제 오는 사람이 고기만
사오기로 한다. 내가 다른 것 준비 다 한다.
어제 벌에 쏘이고 문학회에서 자랑?하니 두어 사람이 “혹시 벌통 있나보세요.” 말 한다.
“벌통요?” 그리 크지 않은 온실안에다 벌통을 만들어 놓았면 어쩔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 문 위에 벌통이… 이런.
밤중에 긴 막대기로 벌통을 땅에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
벌통은 생각보다 매우 가벼웠다. 식초로 내가 직접 만든 스프레이를 해 보기도하고
신문지로 작은 불을 질러 연기가 벌을 질식시키도록 했다.
일단 벌통은 박살이났고 속에 들어있던 벌들은 어디론가 쏜쌀같이 다 달아나 버렸다.
한 놈이 기어이 마지막 한 방을 내 왼손안쪽을 쏘고 전사했다. 어제 글에는
곤충과도 다 함께 어우러져 전쟁이 없다고 썼는데 하룻만에 이 처럼 대 전쟁을
치루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 너무 졸려서 오타가 좀 났을 것입니다. 양해해 주세요. 굳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