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끝내고 급히 수영복을 챙긴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8시 30분에 문을

닫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가 금방 30분이 지나고 또 한 시간이 휘리릭~ 지나면 그만

철퍼덕 주저 앉게된다. 내가 한 두 번 당한 것이 아니다. 기필고 집을 나 서리라

마음먹고 설거지도 대충하고 달려간 수영장.

파킹장이 한산하다 대충 눈으로 몇 대 세어볼 만 하다. 왠일이지? 앗~ 연휴~

그러나 한 번 들어나 가 보자고 마음먹은 엘리샤.

휴~ 다행이 문이 열려있다. 어제 금요일도 그랬고 월요일은 11시부터 5시까지 만

연다는 리셉션의 얘기다. 아니 공휴일때 사람들이 운동도 편하게하고 수영도 좀

길게 하게 해 주지 자기네들도 함께 논다고 시간을 짧게 잡다니. 쯧쯧.

오랫만에 햇살이 좋은 저녁.

수영장 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그윽한 한 포기의 그림이다.

물론 나뭇잎이 아직 돋지 않아서 가지들만 뻗어있는데 거무죽죽한 가지들의 모습이

저녁과 잘 어울려 더욱 환상적이다. 수영장의 불 빛이 창문을 통해 반사되어 나뭇 가지에

우루루 붙어있다. 마치 나뭇 가지에 매달아놓은 등불처럼.

시간을 쪼개고 또 이 등분 해야 살아가는 엘리샤는 이 때 사색의 시간이다.

수영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는것도 나의 기본 살핌이다. 함께 옷을 벋고 들어온 여인이

물개처럼 샥샥 멋지개 수영하며 지나간다. 과체중과 수영은 상관없이 물을 잘 가른다.

가족들과함께와서 공 놀이하는 정경도 참 아름답다.

오늘 읽은 글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산다는 것은 정말 인생이라는 하나의 축 위를 맴도는 것처럼 생각된다.

한껏 멀리 달려온 것 같은데 발 밑은 기껏 제자리걸음, 그리하여 우리는

언 땅의 팽이처럼 고난이라는 하나의 축 위를 회전할 뿐인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 제풀에 멈추어 서고 말테지.”

나는 어느때까지 이렇게 수영을 하며 살 수 있을까?

내 마지막은 어떻게 장식될까?

나는 과연 마지막에 웃으면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은퇴 후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나는 지금 곱게 늙어가고 있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긴 하루의 일과를 물 속에 훌훌 털고 나온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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