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밤 하늘이 푸르지?”
“그러네. 아득한 옛 이야기가 소복히 들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엄마, 이쪽으로 와서 들어 누워.”딸은 언제나 몸 전체를 고스란히 들어눕히는
핫 탑의 구석 장소로 늘 나를 이끈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북미주에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가운데 들어앉은 세미터리가
눈에 들어온다. 꽃 들이 많이 꽃혀있다. 연휴동안에 가족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언젠가는 나도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겠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동안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가자고 또 다짐하면서 딸 내외의 보살핌에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여행 중에는 내 사후에 일어날 일들을 딸에게 전한 날이기도 하니 나도 이제는
늙음의 중간에서 더 늙음의 입구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몸 의지하는 지팡이는
아주 늙은 할머니 할아버지만 쥐어 지는줄 알았는데 이번에 나도 지팽이를 벗 하면서
다녀보았다.
이 딸아이를 생각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눈 속에서의 정경이다.
아이가 네 살때였고 이민 온 첫 해였다. 직장에서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버스를 놓쳤고 한 시간을 눈 속에서 아이와 고생하던 날.
의자는 눈에 젖어있어 앉지도 못하고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파카를 뒤덥고 딸은 내 등에서 고히 잠든. 아무도 우리를 도와 줄 수 없고
모든것을 스스로 뚫고나가야만 살아갈 수 있던 이민자들의 애환.
“엄마, 엄마가 와 있는동안 너무 건강식만 먹었는데 식당에서는 좀
몸에 안 좋은 것이지만 입에 당기는 것을 먹어보자.” 며
딸아이는 ‘Fish and Chip’ 을 시킨다.
나는 Halibut 요리를’ 사위는 한국 고추장과 김치가 나오는 Pulled Pork을
시킨다.
도움이 안되는 나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라며 충고해 주는 딸아이.
구김살없이 잘 살아가 주는 딸이 그져 고맙고 또 기특하다.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휴가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
내일은 종일 비행기를 탈 것이고 일요일 부터는 내 일거리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겠지. 무사히 허리를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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