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된장찌개”

“응, 알았어”

“엄마, 치마 두 개와 원 피스 줄여줘”

“응, 알았어”

새끼가 엄마등에서 칭얼거리듯 딸 아이가 종일 내 주위를 맴 돈다

“엄마 그저께는 완전 양로원에 있는 할마시 모습이었어. 나중에 정말

그렇게 늙어서 어디서 살껀데?”

“으 응, 그래도 빅토리아에서 살아야겠지? 날씨도 제일 좋고”

“그래” 딸은 놀라는 눈치다.

“음, 아마도 빅토리아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어디로 못 가게 할 것 같구나. 으 흐 흐 흐”

“아 하~”

“엄마 밖에 나가서 핫 탑해. 어제처럼.”

“그러지 뭐.”

밖은 이슬비가 조르르 내리고 딸 아이가 마련해 준 핫 탑은 바글바글 내 등을 긁어준다.

“엄마, 물 마셔.”

“으 응. 고맙다.”

음악도 정겹게 흐르고  곧 밤을 맞을 하늘은 고요하다. 온 주위가 다 정에겨워 흐늘거린다.

사위는 하키 운동하러 나가고 딸과 나는 자주 못 만나는 정을 나누기 바쁘다.

“엄마,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겠어.”

재료도 다 구비되지 않고 고추가루 한 톨 없는 부엌에서 이것 저것을 조합하여

됀장찌개 한 냄비 끓여내니 두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며 딸아이가 말 한다.
“와, 엄마 어기서 한국식당하면 대박 터지겠어. 엄마가 조금만 더 젊다면. ㅎ ㅎ ㅎ”

스커트 두개와 원피스를 세일할 때 사 놓고 길이가 안 맞아 못 입고 있었다며

내 앞에 내민다. 종일 둘이서 실 밥을 뜯어내고 적당한 길이와 품이 조금 큰 원피스를

살째기 줄여주니 “That’s my mom.” 이라며 펄펄뛰며 좋아한다.

자식은 이렇게 나의 살과 피로 연결되어 어떠한 조건도 없이 사랑스럽다.

내가 준 그 많은 그림들도 시누이에게 한 보따리 나누어주면서 “엄마, 나만 많이

갖고 있으면 어떻게 시누이 내외가 엄마 그림을 너무 좋아해서 결혼하고

새 집을 샀을 때 주었어.” 누구를 닮아서 남 주는 것 참지 못 할꼬?”

그제 만난 딸 아이의 시어머니 (사부인)이 언제나 처럼 한국 며느리 최고라며

여러 사람들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딸을 칭찬해 준다.

사랑은 사르쳐 주어서 배운 것이 아니고 보면서 배우는 것인가?

내 엄마도 그랬듯이 내 딸도 그 줄을 밟고 걸어가고 있다.

잠시 몸이 아파 놀랐지만 이런 시간을 통해 내 자신을 다시 조율해보는 좋은

기회로 삼아 매사에 조심하고 지혜롭게 살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나를위해 기도해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하루하루 회복되어가는

내 육신을 보고하며 자리에 든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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