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2박 3일의 여정을 끝내고 오후 패리를 타고 밴쿠버로 떠났다.
아침에 물 젖지 않은 상추 두 보따리를 따서 가방속에 넣고 기분좋게 놀다간다며
고마워한다. 잠시 동안이지만 정원을 말끔히 정리해주고 가면서
“내 밥값 했제?”라 말 한다.
“밥 값만 했겠냐? 이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와야한다.”
“니가 너무 바쁘니까 그렇지.”
“나는 늘 바쁘다. 그런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들어오면 된다. 내가 특별히 상
차려주지 않잖냐? 밥은 니가 알아서 찾아 먹으면 되고.”
둘이 식탁에 앉아서 장난맞춰 하는 소리는 “우리가 언제 이렇게 늙었냐?”다.
머리 물 안 들이면 완전 백발인우리는 언제쯤 머리 물 들이는 것을 중단할까로
고민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놀래지 않게 똑 같은 시각부터 머리 물 들이지 말자고
약속까지 해 본다.
얼마전에 어느분이 정원 핀 야생 파피가 하도 예뻐서 곁에 잡초를 다 뽑아주니
그 연약한 파피가 의지할 것이 없어 옆으로 쓰러지더라는 말을 들은 적이있다.
왜 파피만 그럴까?
사람도 사람끼리 서로 의지하지 않으면 옆으로 쓰러진다.
가족끼리 / 친구끼리 / 직장 동료끼리 / 교우끼리 / 부부끼리 / 애인끼리 /
서로위로하며 등 기대고 살아간다면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배 타고가는 친구의 등이 옛날같지 않다.
내등을 친구 등에 붙여주면 친구가 쓰러지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세상에 나쁜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디 그게 맘 대로 될까?
좋은 사람들 속에 한 둘 끼어있는 나쁜 사람도 우리가 등 붙여주면서
살아가야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친구가 자주 이 섬을 찾아주면 좋겠다. 이 밤 유난히 내 등이 따스하다.
분명히 친구가 남겨주고 간 좋은 기운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