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아주 천천히 했다.
부엌에서 별 일 없이 서성여도 보고
정신을 ‘툭’ 떨어뜨리고 앉아 책을 뒤적거리기도 했다.
커피를 끓여 천천히 마시고
이층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할 때도 그렇게 했다.
마당에 나가 꽃이진 장미꽃 가지를 정리했다.
누루띵띵한 잎사귀와 모양없이 길게 늘어진 가지가
영락없이 인간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나락으로 떨어진 장미가지들을 천천히 끌고와
거름더미어 얹어놓았다.
방울토마토를 따 입에 넣으면서 하나씩
그 맛을 음미해 보면서 먹어보았다.
밀린 숙제 주문맡은 ‘강아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서두를것 없이 천천히 하기로 했다.
하루를 마감하는 이 시간 생각해보니 천천히 일 해도
하는일 다 한다. 나는 왜 천천히를 잊고 살았을까?
천천히 그리고 더욱 더 천천히
그렇게 살아도 팔팔뛰며 사는 것과 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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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 Efrain (I Am Your Man)
Grace Quartet – Here I am again.
래이쳘 장 / 죠셉 윤 / 조하영 / 박다솜 /
패션 쇼 (노경희)
안상미 (연극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