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열 한 시 반에 집을 나서서 오후 여섯시에 집에 돌아왔다.
숙달된 직원들이 넉넉히 일 하는 오늘 같은 날은 무조건 집을 나선다.
사실 매니져의 일이라는게 온갖것을 머리에 넣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집에 있어도
늘 마음은 샵에 가 있고 집에 있으면 나가봐야 하는 일도 생기는데
“나 오늘 집에 없음”을 모든 직원에게 알리고 가면 직원들도 어떻게 하든지
자기네들이 일 처리를 하기 마련이다.
일단 부둣가를 둘러 기러기와 눈 인사도 맞추고 다른 사람이 해 주는 점심도
사 먹는다. 서양 Soup은 언제나 내 입에 짜지만 어쩌랴. 맛 있게 먹어주는 수 밖에는.
Halibut 요리를 먹고나오면서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당신네 식당은 전부 해삼물인데 여기서 내 놓은 생선은 모두 바로 이 앞 바다에서 잡은 것인가요?”
“아뇨, 우리는 Distributer에서 사 오지요.”
“흠. 그렇군요.”
바다를 바라다 보면서 먹으면 모든 해삼물이 저 바다에 무수히 떠 있는 배에서
바로 건져 올리는 펄떡펄떡 뛰는 생선으로 요리를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생각해 보니 사실 그것이 맞지 않을까?
모든 생선의 검열도 필요할 것이고 불법으로 거래하는 일도 있을 것이며
기타 우리가 모르는 모든 규정들에 합격해야 식당으로 들어갈 것이다.
금년에는 고사리를 못 따서 고사리 바구니가 휭~하니 비었다. 아쉬운 마음에 공연히 그 먼 곳까지
가서 서성여도 본다. ‘내년에는 기필고 고사리를 많이 따야지…’ 하는 마음을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소에 한 번 가 봐야지하는 길로 들어섰다. 바로 ‘Port Renfrew’ 길이다.
비 포장 길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포장이 되어있다.
비가오고 안개가 끼어 운치가 그만이지만 운전은 방해를 받는다.
이 지역은 벌목지대로 산에 나무들이 곳곳에 채벌한 후 다시 심은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불에 타서 나무들을 억지로 비어낸 자리도 있고 아직도 잘려나가지 않고 쭉쭉빵빵 그 자태를
유지하는 많은 나무들을 바라보니 가슴이 시원하고 힘찬 기운이 내 몸 속으로 마구 들어온다.
길은 꼬불꼬불하고 수 많은 작은 다리들을 지나오게 된다. 다리 아래로 당연히 맑은 물들이
자글자글 흘러내리고 있다.
벌목지대를 지나오면서 아들 생각이 났다.
대학 4년 내내 여름이면 산에서 지내면서 나무를 자르고 나무 자르는 사람들 식사까지 챙겨주면서
돈 벌어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다. 일 하면서 전기 톱에 살짝 다쳐 넙적다리 한 곳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
낯 선 길은 언제나 우리를 흥분하게 만들고 또 불안 하게도 만든다.
낯 선 길은 새로운 자연을 만나고 무엇 보다도 하나의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있다.
오늘 만났던 짙은 안개와 구름사이를 오가는 빗 방울 요동치는 파도 그리고 울창한 숲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보너스.
물감은 풀지 못 했지만 그래픽으로 소나무들을 그려보았다.
행복한 하루를 마감한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