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이 아주 멋있어요.”

어제 단골 손님들 중에 허연 수염을 길게 늘어뜰이고 오는 분에게 인사드렸다.

“고맙 습니다. 오 호 호 호. 우리 마누라는 싫어하지만 나는 좋거든요. 그런데 이놈도

다음 달이면 저승으로 떨어져요.”

“왜죠?”

“내가 다음 달 옆구리 수술을 해야하는데 당연 수염을 다 잘라야해요. 내가 미리

수염을 안 자르고가면 의사가 사정없이 싹뚝싹뚝 자를 꺼예요. 아쉽지만 어떻해요.

처음에 내가 수염을 기르려고 할때 마누라가 펄쩍 뛰면서 말렸지요. 그래서 내가 제안했어요.

나는 내 몸에 무엇을 하던지 당신이 간섭하지 말고 나 또한 당신이 머리를 밀든지 뽁아대던지

늘어뜨리든지 완전 자유로하자. 부부라고하지만 자신의 개성 표출도 못하고 산다면 매우

불행하지 않느냐? 다행히 마누라가 오랫동안 고민하더니 오케이 했지요.”

“으흠 그런데 말요 내 말좀 들어보슈. 내가 내 할일만 하고 마누라 물음에 즉시 대답을 안 하고

딴 청을하면 늑달같이 달려와 내 수염을 잡아당지기 뭐유. 젠장 그동안 내가 좋아서 수염은

길러왔지만 그 값을 톡톡히 치르면서 살아왔다오. 이번 수술 후 다시 길러야 할지 아니면 마누라

속 시원하게 걍 살아가야하나 고민이라우.”

말을 마친 할아버지가 늘어진 수염을 휘날리며 휘적휘적 샵 문을 나간다.

오늘은 또 한 사람 수염 할아버지가 왔다. 내가 “수염이 아주 멋있어요.”라고 말 하니

“오, 감사합니다. 우리 마누라도 내 수염을 제법 근사하다고 쳐 주지요.”

“네에~~?”

어제 할아버지와 오늘 할아버지의 마누라 반응이 완전 대조적이다.

오늘 할아버지는 어제 할아버지모다 좀더 예술적인 분위기가 풍기기는 하다.

아무튼 남자들이란 수염이 대단한 자기 과시인 것 같다.

일 년에 한 두 번 만나는 우리 아들도 어느때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른 모습을 보게되는데

나는 기겁을 하고 “수염 잘라라 보기싫다.”며 노래를 부르지만 아들은 “허헛 헛” 헛 웃음만

토해낸다. 남자들이 우리 여자들의 멋 부리는 것을 “왜 저러나?” 하듯 우리 여자들도 남자들의

수염기름을 “왜 저러나?” 하는 것 같다. 남자 여자는 영원히 서로 궁금한 존재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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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네 시간의 이틀째 전투장일 무사히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캔버스 그림은 못 그렸지만 해바라기 삼 형제 그래픽으로 여러분에게 선보입니다.

Three Sunflowers.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