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아침에 7시 샵 문 열고 얼마 안 있어 씩씩하게 들어오는 손님이 있다.

“Good morning.” 서로가 인사를 나눈다.

메뉴판을 쳐다보지만 그는 늘 같은 샌드위치를 사간다. 빵도 나더러 골르라고

편하게 말해준다. 전혀 까다롭지 않은 손님이다.

“일 가는 길이군요.”

“그래요.”

“어디서 무슨 일 해요?”

처음으로 그의 직장을 물었다.

“학교에서요.”

“그럼, 선생님?”

“아, 그렇긴 한데 약간 다른.”

“어떻게 다른가요?”

“나는 특수아동을 지도해요.”
“어마나. 그럼 힘드시겠어요.”

“이제 이력이 나서요. 흐 흐 흐. 오랫동안 청소년을 보살폈는데

지금은 어린아이들이라 훨씬 수월해요.”

“그러니까 말이죠.  하루 일과가 끝나면 온 힘이 쑥 다 빠지지요. 그런 장애 아이들이

내게 소리를 마구 질러댄다거나 물건을 두들겨 부슨다든가 하는 것들은 내게 하는

짓이 아니니까 내가 견딜 수 있지요. 어릴때부터 부모로부터 정신적인이 피해를

받은 아이들의 결과입니다. 으음~ 뭐랄까 구타를 당하면서 길러진 아이들도 상당하구요.

기타 전혀 아이들 기르는 일에 신경 안쓴 부모들의 산출입니다. 부모가 그들을 짐승처럼

대했으니까 그 아이들이 짐승처럼 행동해요. 참 안타깝지요. 생각보다 이런 아이들이

많아요.”

그가 떠나고 한 동안 정신이 멍~ 하다.

불쌍한 아이들. 부모로부터 멸시당하고 살아온 아이들이 세상에서도 사람구실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 모양은 사람이지만 사람 기능을 상실한 반쪽 인생아닌가.

어떻게 이렇게 풍요로운 캐나다에서 살면서 그런 부모들이 있을까?

내 아는 사람도 유아원에서 일을 하는데 요 몇 년 사이에 서 너 살 먹은 아이들 중

이런 괴괴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꾸준히 들어온단다. 일이 몇 배나 더 힘들고

다른 아이들에게 위험도가 있어 조금도 한 눈을 팔 수 없다는 것이다.

머리 좋고 돈 많고 잘 생기고 이런 것 다 가지면 최상의 축복인생이겠지만

가난하고 웬만큼 생겨도 건전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만으로도 축복받은 인생이다.

정신 말짱한 것 감사하며 일찍 자리에 든다. (요즈음 새벽 반이라 6시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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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곽상의 작가

제목 : 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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