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의 건강 첵업을 하게되면 이곳 저곳 가리지 않고 다
하게 되는데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도 예외없이 노출된다. 아무리 의사지만
늘 긴장되고 “어서 끝나 옷을 입어야지” 하는 급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비단 나 뿐이 아닐 것이다.
미국에 살때였다. 잘 아는 분이 자기 동생의 음악회에 초청되어 참석했다.
같은 테이블에 어느 남자분이 내 곁에 앉아있었고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명함을 한 장 주기에 나도 내 명함을 건네고 음악회가 끝나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 날 밤 이었다.
밤 열 두가 다 됐는데 페이져가 움직인다. 깜짝 놀라 번호를 보니 잘 모르는 번호다.
그때는 셀폰이 없었을때고 페이져를 가지고 다닐때였다. 궁금해서 다시 잘 보니
닥터스 오피스라는 글짜가 뜬다. 나는 무서워 아무 대꾸도 안하고 무시해 버렸다.
다음 날 나를 음악회에 초청해 준 여자분이 내게 말하기를 내 곁에 앉았던 사람이
의사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그 분이 이혼하고 혼자 사는데 나를 소개 해 주려고
둘을 나란히 앉게 했다고 한다. 그 의사는 이미 알고 왔고 나는 모르고 간 셈이다.
이런.
그러니까 그 의사가 오밤중에 내게 페이져를 친 것 이었다.
그가 의사니까 할 말도 많고 물어 볼 말도 많았다. 가끔씩 볼 일이 있었고
내 전시회에도 와 주면서 두어 번 식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어쩐지 나는 그 의사와 남자 여자로
만나려는 생각은 왠지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일년에 한번씩 하는 유방암 검사를 하러 갔다. 늘 여자 간호원이 점검해와서 아무런
불편함 없이 웃 옷을 다 벗고 가운만 입고 누웠는데 똑똑똑 문을 두드리며 남자
의사가 들어온다. “아구머니나” 내 입 안에서 비명같은 놀라움이 소리친다.
가운을 입고 들어온 의사는 다름 아닌 그 의사가 아닌가. 나는 일어날 수도 누워있을수도 없어
어찌 할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아니요”라고 손 사례를 치면 서로 더 어색할 것 같고 참 난감했다.
가슴이 옛날처럼 봉실봉실 한다면야 의시대고 “보시오.” 하며 응근히 자랑 할 수 있을텐데
아이구 왜? 우째? 이런일이…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고…
이 처럼 살다가 생각지도 않게 별 민망한 일을 다 당한다.
뭐야, 씨~ 그 의사는 어쨌거나 내 유방을 더듬어 보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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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장독대 오늘 마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