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 홉시 즈음에 눈이 떠 졌다.
전화기에 주루루 올라온 새해 인사 카톡과 문자들이 현란하다.
누워서 전화를 누르고 일일이 답장을 한다.
어슬렁 거리며 화장실로 걸어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니 가관이다.
머리는 동서남북으로 다 주삣 거리고 너무많이 잠을 자서 눈은 소복히 부어있다.
내 나이에 화장안한 여자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애구머니나~ 얼굴을 돌리며
부엌으로 내려가 간단히 아침을 먹고 다시 침대로 들어간다.
얼마를 또 잤을까 출출한 배를 움켜잡고 다시 부엌으로 들어간다. 어제 방문한 손님과
먹다 남은 음식을 데워먹고 다시 침대로가서 뜨겁게 데운 귀녀을 끌어안고 다시 잠이들다.
낮잠 두 번을 자고 일어나니 벌써 오후 네 시가 됐다. 조금 있으면 어두워 질것을 생각하니
하루가 너무 짧다. 쌀쌀하게 추운 날씨지만 무장을 하고 산책을 나갔다. 한 시간
걷고 들어오니 해는 이미 서산으로 꼴깍 넘어가고 사방은 컴컴하다.
아무 간섭도 돈 벌이 나가지도 않고 너무 편하게 지낸 하루였지만 밤에 곰곰이 생각에 잠겨본다.
이렇게 매일 헐렁하게 놀면 과연 행복할까?
화장은 안 해도 될 것이고 머리도 대충 빗고 다닐 것 같다.
누가 안 보니 옷도 챙겨 입을 필요도 없고 모든것에서 해방되니 스트레스는 없을 것 같다.
그 대신 그것이 가져다주는 반대의 생각을 본다.
누렇고 거므틱틱한 잡티의 얼굴에 부시시한 머리카락 그리고 집에서는 매일 잠 옷만
입어도 되니 패션이라는 것과는 결별일 것이고. 무엇을 그리 골돌히 안 해도 되니
능력 개발도 될 수 없고 새롭게 달려가야 할 나날의 에너지도 공급받을 수 없다.
무엇 보다도 돈이 고갈되어 그림 그리는 일이나 번개쳐서 사람들 맛 있는 음식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참 그리고 아일랜드 나잇은 어쩌나? 애쿠 일 나가야지…
조금 전에 샵으로 달려가 내일 아침 일직 구울 빵 얼은 도우를 냉동실에서 꺼내
냉장고에 잘 넣어놓고 들어왔다. 하루 잘 쉬고 364일 또 움직여서 한 해를 준비한다.
온 동네가 쥐 죽은 듯 고요한 하루였다. 하나님께 감사기도 드리며 새해 첫 밤을 맞이한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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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목사의 인생사는 이야기 81편이
http://woori.site/PastorCho/137943 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