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는 길에 요즈음 새로 나오고 있는 권사님 한 분을 픽업해야했다.
예정 시간보다 오 분 전에 집 앞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리니 곱게 차려입은
나이 많은 권사님이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차에 오른다.
그 댁에서 교회 까지는 약 이 십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그 권사님의 일생 요약을 들을 수 있었다. 빅토리아에서 현재 함께 살고있는 딸이
막내라고 한다.
옛날에는 가정 형편이야 어떻든 자식을 생기는 대로 낳을 수 밖에 없어서
형제 자매들이 대략 칠 팔명 정도는 됐는데 권사님댁도 그렇다고 한다.
아이를 다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팔년만에 이 막내딸이 덜커덕 생겨 고민도 많이하고
지우려고 병원에를 갔더니 산모가 너무 약해서 아이를 지울 수 없다고 해서
아이를 낳을 수 밖에 없었단다.
그 사연을 아는 막내딸이 요즈음도 자주 “엄마 나를 안 낳았으면 어쩔번했어?
내가 엄마한테 제일 잘 하잖아…” 고 말해 서로 웃는다며 흐믓해 하신다.
그 딸의 자녀들 즉 그 권사님의 손자녀들은 공부를 아주 잘 해서 모두 월반할
정도로 수재들이라고 하니 그 딸의 태어남은 너무나 큰 축복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우리 엄마도 만약에 요즈음 처럼 피임을 했더라면 칠 남내의 막내인 나는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 아일랜드 이야기도 없어 내 글을 즐겨 읽는 독자들도 아침이나
밤에 내 글이 들어오는 “띵~”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내 생애가 늘 화려하지 않아서 때로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세월도 많았지만
그래도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던것 같다. 또한 내 아들과 딸 그리고 귀여운 손녀도 이 세상에
나오지 못 했을 터이니 나의 태어남도 축복이라고 말 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는 유명한 음악가 화가 그리고 문인들의 이야기 속에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태어나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지금 듣고있는 아름다운 클래식음악이나
명화 또는 귀한 책들도 접해보지 못 할 뻔 하지 않았나.
가까스로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최선을 다 해서 살아가다보면 세상을 좀 더
화려하게 수 놓다 갈 수 있다. 금년 한 해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할 결심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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