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전화기 알람을 틀어놓고 깊은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났다.
예정대로 집을 나서는대 아직 사방이 컴컴하다.
옷은 단단히 입었고 머리에도 작년에 친구 코스모가 손수 짜 준 긴 털 목도리를 두르니
추위와는 맞설 수 있다. 마당에 조금 내려앉은 눈이 겨울인 것을 알려준다.
길이 미끄럽다.
빨리 걸을 수 없음이 야속하지만 그래도 한 발 한 발 조심 스럽게 내 딛는다.
운동 한다고 하면서 다치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조금 길을 돌아서니 강아지와 함께 걸어가는 이웃이 있다. 얼굴은 안 보이지만
강아지 방울 소리가 달랑달랑 들려온다. 이른 새벽에 걷는이가 나 뿐만 아니다.
저들은 오래 전 부터 이렇게 해 온 것이고 나는 오늘 신고하는 날이다.
어제 의사선생이 내게 약 처방을 해 준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
보통 일 년에 한 번씩 피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으러갈 때면 공연히 불안하고
가기 싫을 때가 많다. 그래도 알고 미리 예방 하는 것이 지혜로우니 억지로라도 가야한다.
이번에도 골다공증 검사를 하라고 했는데 내가 미루었다면 얇은 뼈 조직으로 한 해 더
살 뻔 하지 않았나.
얼음섞인 새벽공기를 마시면서 걸으니 참 좋다.
머리에는 진눈개비가 조금씩 떨어지는데 촉촉한 것이 잠든 내 감성을 깨우고 있다.
<대기 중의 구름으로부터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얼음의 결정>이라는 것을
과학책에서 읽어 보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이것이 또 하나의 나의 일상이 되기위해서는 여러가지를 생각해서 24시간을 맞추어야 한다.
우선 준비과정과 걷기에서 돌아온 후 옷 갈아입는 일 까지 약 한 시간정도의 시간을
어디에서 떼어 내느냐다. 골돌히 생각한 끝에 집 안에서 우물쭈물 하는 때가 많은데 이제는
그 우물쭈물 하는 시간을 걷는 것에 보태주기로 한다.
열심히 일 하고 / 열심히 운동하고 / 그리고 열심히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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