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0 23:19:58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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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는 엄청난 액수가 걸린 복권인지 파워볼인지 하는 것이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것 같습니다.

어제 치즈공장에서 작업복을 갈아 입고 있는데 흑인 청년인 Quan이, “내가 이번에 복권에 당첨되어 9억불을 받게 된다면,

나는 당장 일을 그만두고 이름도 바꾸고 사라져 버릴 것이다.”하며 웃더군요.

 

저는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지금의 생활이 딱 좋기 때문에 복권당첨이 되어 놀란 나머지 심장마비를 일으키거나 주변의

사람들이 돈을 나누어 달라거나 도와달라고 하며 귀챦게 할 것 같아 복권당첨이 되는 것이 반갑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아내는

그런 귀챦음은 자기가 해결할테니 복권당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9억불의 복권당첨이 되면 가족들에게 백만불씩 주고 오백만불 정도는 우리 생활비로 저축해 두고, 따뜻한 휴양지에 휴가를

갔다온 후 나머지 돈은 자선단체에 기부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교장선생을 비롯한 몇몇 선생들과 아내는 돈을 3불씩 내어

복권을 구입하여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간다.”(Easy Come, Easy Go)는 말처럼, 복권당첨으로 엄청난 돈을 쥐게 된 사람들 중에는 돈관리를 잘

못하여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신세를 망치고 쫄딱 망하거나 자살까지 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2002년에 West Virginia주의 Jack Whittaker란 건설회사 사장은 3억2천만불의 복권당첨액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먼저 아는 교회의 목사들 세 사람에게 천만불씩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난 후 술과 마약, 도박을 하다가 아내와 이혼하고,

딸은 죽고, 손녀와 손녀의 남자친구는 마약과다복용으로 시체로 발견되었고, 강도가 자기 차를 몇번이나 부수고 돈을 훔쳐 갔으며,

음주운전, 마약복용으로 체포되어 인생이 망가졌다는 것입니다. Jack Whittaker는 “복권때문에 내 인생이 망했다.

당첨된 복권을 차라리 찢어 버렸어야 했다.”고 한탄을 했다고 합니다.

 

“원숭이의 손”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집에 옛 친구가 방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인도에 갔다가 말라빠진 원숭이의 손을 가져 왔는데, 그 원숭이의 손은

인간의 세가지 소원성취와 함께 저주를 불러 오는 마력을 가진 손이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가 재수없는 원숭이의 손을 부억의

화롯불에 던져 버리고 떠나자 그 집의 주인은 호기심에서 원숭이의 손을 건져낸 후 소원을 말했다고 합니다: “삼천만원만 있으면

우리집의 융자금을 갚을 수 있을텐데.”

 

그 다음날 오후에, 누가 찾아와서 삼천만원을 건네주면서, “오늘 댁의 아드님이 공장에서 사고로 죽었습니다. 생명보험금과 위로금으로

삼천만원을 전해 드립니다.”라고 했답니다. 그 사람의 아내는 원숭이의 손에게 두번째 소원을 말했다고 합니다: “내 아들이 다시 살아 왔으면 좋겠다.”

 

밤이 깊었을 때 그 사람의 집의 현관문에 노크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죽은 아들이 살아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문을 열어주려

하자 그 사람은 문을 막으며 원숭이의 손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고 합니다:“죽은 사람이 살아온다는 것이 끔찍하다. 그냥 없었던 일로 해 달라.”

그러자 죽은 아들은 말없이 떠나가 버렸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끝입니다.

 

“세상만사 세옹지마”라는 말도 있듯이, 행운으로 보이는 일에도 불운의 씨앗이 있을 수 있고, 불운으로 보이는 일에도 행운의 씨앗이

있다는 것이 인생의 묘미가 아닌가 합니다.

 

제가 텍사스주의 Dallas에 살 때 한인교회의 어느 목사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목사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교회의 벽에 “

기적”이라는 글을 크게 써 붙여 놓았다고 합니다. 그 목사님이 “기적”을 강조하던 어느날 교인 한 사람이 천만불의 복권이 당첨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 교인은 복권당첨으로 천만불을 얻게되자 너무 감사하여 자기교회에 건축헌금으로 써 달라며 백만불의 십일조를 내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그 목사님은 백만불로 교회예배당을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루는 고등학생이던, 목사님의 딸이 교회앞에 있던 도

로를 건너다 차에 치여 죽는 사고가 생겼다고 합니다.

 

우리 옛말에 “호사다마”라고 하여 “좋은 일에 마귀의 장난이 끼어든다”는 말이 있는데, 서양에서 나온“원숭이 손”과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William Shakespeare는, “이 세상에 좋은 일, 나쁜 일이 어디 있겠느냐? 좋게 생각하면 좋은 일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나쁜 일이니,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There is nothing either good or bad but thinking makes it so.)

 

복권당첨이 아무리 좋다 해도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 암으로 죽어가는 환자나 치매에 걸린 노인에게는 10억불의 현찰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Albert Einstein은 “인생을 살아가는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아무 것도 기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과 모든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There are only two ways to live your life. One is as though nothing is a miracle.

The other is as though everything is a miracle.) 비슷한 말로, “의심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어떤 것도 기적이 아니나,

믿고자 하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기적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있더군요. (To those who would doubt, nothing is a miracle; To those who would believe, everything is a miracle.)

 

우리는 복권당첨이나 사고로 죽다가 살아 났다거나 암에 걸렸다가 회복이 된 것만 기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숨을 쉬고 눈으로

볼 수 있으며 밥을 먹고, 말을 하고, 일하고, 노래부르고, 잠을 잘 수 있는 평범한 일상사가 모두 신비한 기적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기 쉬운 것 같습니다.

 

폐암에 걸린 사람에게는 산소통없이 숨을 쉴 수 있는 것이 기적이고, 시각을 잃은 장님들에게는 빛을 볼 수 있는 것만도 기적이며,

휠체어에 의지해서 사는 하반신마비 환자에게는 아장아장 걷는 어린이의 걸음마가 기적이며, 대장수술을 받고 회복중에 있는

환자는 방귀를 낄 수 있는 것이 성공이라며 좋아하고, 직장암 환자에게는 편하게 똥눌 수 있는 것만도 큰 기적일 것입니다.

 

선불교에서, “깨닫기 전에 물긷고 장작패고, 깨달은 후에도 물긷고 장작패고”란 말이 있다고 합니다. 평범해 뵈는 일상을 하는 것은

같아 보이나, 깨달은 사람은 평범한 일상에서 비범한 신비와 기적을 발견하며 감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복권 당첨이 되면, 되는데로 좋은 점이 있고, 복권당첨이 안되면 안 되는데로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자세가 복권당첨

못지 않은 복받은 마음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제가 친구목사님에게, “나 요즘 하기 싫은 설교안 하니 참 좋다. 치즈 공장에서 육체노동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농담하니 참

좋다”고 하니, 그 친구목사님은, “하기 싫은 설교 안하는 것도 복이요.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며 웃는 것도 복이라”는 덕담을 해 주셨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점, 감사한 점을 발견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마음가짐은 복권당첨보다 더 귀한 인생의 보화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