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파리로 모십니다. 여기 시골에서 그림 그리시는 것 보다
세계 화가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그림 그리시면 더 많이 배우고 도전받으면서
선생님의 기량을 마음껏 더 나타낼 수 있을 꺼예요. 먹고 사는 것 제가
책임 집니다.”
“아이고 이게 무신 소린고?”
“단 조건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그림을 제가 관리 하도록 허락해 주셔야 합니다.
선생님 사후에 선생님의 그림이 어떻게 평가 받을련지 궁금해요. 아마도 이야기를
남기고 가시게 될꺼예요. 신문이나 잡지에 이런 기사도 나오게 되겠지요.
‘나이 어린 여인이 엘리샤를 키워주다. 특별한 인연. 칠 십을 코 앞에 둔 여인의
용감한 도전… 등’
처음에 이 여인과 얘기 할 때는 내가 요즈음 매일 걷고 있는 Thetis Lake를
바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집을 사 주겠다고 했는데 점점 발전하더니 아예 나를
파리로 옮기겠다고 한다. “어찌해야하나? 내가 빅토리아를 떠나면 아일랜드 나잇은
누가 할꼬?” 이것 부터 걱정이라고 말 했더니 “선생님이야 그곳에 가시면 또
뭔가를 재미있게 꾸미고 살겠지만 남아있는 우리가 멍~ 하겠지요.”
저녁을 먹고 조금 쉬려고 누워있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곳 빅토리아로 들어와서 이제는 이곳이 마지막 정착지라고 생각해왔던 내가
아닌가? 그러나 파리로 옮겨 간다는 것은 여간 매력있는 제안이 아니다.
주저없이 떠나야 한다는 마음을 먹으면서 침대에서 허리를 고추세워 앉는다.
빅토리아가 어느듯 정이 많이 들기는 했지만 떠나도 특별히 가슴앓이 할 애인이
없음에 일단 감사하다. 교회 성도님들도 처음에는 아쉽고 섭섭 하겠지만 천국에서
만나자고 헤어지겠지. 다음은 문학회 회원들인데 모두들 내 앞길이 열리는 일이라고
박수 쳐 주리라 믿는다.
“선생님 금년에 내 운수가 대통이라고 친구가 말해요.
음력설을 아직 세지 않았으니 음력설 지나고 선생님을 파리로 보내기위해
복권을 사겠어요. 내가 꼭 약속을 지킵니다. 그리고 가난한 친구 몇명을 도와 주기로 했어요.
나요, 정말 돈 한번 멋지게 써보고 죽고 싶어요. 아~~~~ 돈~~~~ 말예요.
그게 언제나 고정되어 있으니 마음처럼 팍팍 쓸수 없구요. 으 흐 흐 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Sunset 머리올림 (얼마전에 선 보여드린 그림을 갖고 싶어하는 분이 있는데
그 그림은 미국에 있어서 다시 한번 그려봅니다. 첫 날이라 좀 엉성하지요?)
24″ x 20″ 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