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546 – 열명을 위해서라도

2016.01.30 00:05:12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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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거의 매일 저녁 밖으로 나갈 일이 생겼다.

옆 집 사람이 보면 “저 여자 요즈음 바람낫나 보다.” 했을 만큼 매일 밤 ‘부르릉’ 

시동걸고 바람을 일으키며 나갔다.

공적인 모임에 참석 하기도 했지만 그 나머지는 개인 만남이었다.

밤 열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면 오늘은 피곤해서 바로 잠자야 겠다며 잘 준비를 하지만

웹사이트 업데이트는 중요한 것이라 잠시라도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한다.

컴퓨터 메일을 첵업하고 이것 저것을 만지다보면 일찍 자리에 든다는 결심은 온 간데 

없고 오늘 ‘아일랜드 이야기’ 를 써야 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잠 자는 시간을 빼놓고 눈뜨는 시간부터 글 쓸 시간까지의 내 행동이나 생각속에서

글 감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몇 가지가 동시에 떠 오르고

어느날은 전혀 떠 오르지 않아 백지장 처럼 하얀 생각을 오래 하면서 묵상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식사 대접을 해 준 분이 있어 시내 나갔다가 오랫만에 스타벅스 커피샵에서 느긋이 

노닥거리다 들어오니 피곤이 스르르 나를 감싼다. “그래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바로 잠 잔다.” 주먹을 굳게 쥐고 샤워장으로 들어가 모든

준비를 끝내고 물 한잔 가지러 부엌으로 내려오니 “어머나, 이건 또 뭐지?”

저녁에 시내 나갈때 절여놓은 배추가 숨이 곱게 죽어있다. 

“우릴 이대로 두면 안 돼지요.”

비록 숨죽은 배추 들이지만 떼 지어 항의한다.

“아이구나, 난 잠시 니들을 깜빡 잊었어. 내가정말 바람 난건 맞나부다 얘.

정신을 딴데 팔면 이런 낭패스런 일이 일어나지.”

이것을 지금 양념하지 않으면 아침에 너무 절여져 김치는 못 먹게 된다.

요즈음 야채값이 금 값이다. 배추 한 덩이에 10불씩 4덩이 40불주고 사 온

귀한 배추다. 다시 앞치마를 입고 믹서에 온갖 양념을 갈고 풀을쑤어 식히고

무우 채를썰고 양파를 다지며 난리궂을 한다.

“젠장 아무거나 사다 먹지 못하는 네가 별나서 그렇지. 요즈음 김치 담궈 먹는

여자가 몇이나 된다구? 쌩고생하는 건 너 잘못이야. 걍 쉽게 살면 안돼냐?”

어디선가 나를 비웃는 소리가 낄낄 들리는 듯 하다.

어영부영 뚝딱거리며 김치 두 박스 담그니 어느듯 새벽 12시 25분이다.

이왕 늦은 김에 글을쓰고 자야지 뭐 으 흐 흐 흐

글을 마감하고 컴퓨터를 닫으려면 늘 열 명 정도가 그 시간에 내 글을 읽고 있다.

그 중에는 밤을 꼬박 새우며 일 하는 분이 있는데 내 글이 띵~ 하고 들어오면 그 지루한 밤 일이

위로가되어 기다려 진단다. 어느분은 한 시까지 내 글을 기다렸다가 잠이 든다고하고

몸이 많이 아퍼서 누워 지내는 분도 내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고 이 처럼 단 열명의 애독자가 영원히 내 곁에 있다고 해도 나는

이 일을 즐거이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희망을주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누군가에게 행복을주고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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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간 식당에서 만난 오이(물지개)와 빨간무(나비) 예술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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