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돈 내나요?”
“아뇨.”
여자의 음성은 단호하다. 여자가 자기 샌드위치 값을 치르고 자리에 가 앉는다.
뒤 이어 함께 온 젊은 남자가 자기 샌드위치를 계산 하는데 데빗카드가 결제 안 된다.
두 번 시도해도 안 되니 지갑에서 크리딧 카드를 꺼내어 다행히 결제를 했다.
여자는 남자의 뒤통수도 보지 않고 자기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한다.
처음 이들이 샌드위치를 사려고 내 앞에 섯을때를 생각하면 참 얄궂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앞에서 둘이 몸을 비벼대며 지랄들을 하고 어깨에 서로 기대고 꼴 볼견을 하던 그들이
돈에대해서는 칼 같이 갈라선다. 게다가 국적 인종 다 틀린 둘의 겉 모습도 완전 어울리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다.
바빠서 다른 일을 하다가 잠시 이 들에게 눈을 돌려 보니 둘이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각자 자기
핸드폰에 눈이 팔려있다. 잠시가 아니고 아주 오랫동안 이 들은 말 없이 전화기에만 눈이 가 있다.
요즈음 사람들이 이렇다고 말로 듣고 글로 읽기는 했지만 내 눈으로 이것을 확인하니
너무 씁쓸하다. 고상한 인간의 모습들이 아니다. “이들의 만남은 오직 남자 여자의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로구나”란 생각을 하니 한심하고 젊은이들에대한 희망을 잃게된다.
깊은 사색의 정신 세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이 처럼 낮은 수준의 삶을
일찍부터 시작하니 무슨 장래를 보장 받을 것인가?
아슬아슬하게 주고 받던 비밀 편지속에 감추어진 내 감정과 상대의 감정이 전달 되려면
몇 달은 보통이고 몇 년도 걸리면서 이어졌던 우리 세대의 정이 그립다. 남 녀 각각 용감하지
못해 애인을 떠나 보냈던 얘기들은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비록 이루지 못했던 사랑 얘기지만 그 것은 영원히 가슴 한 쪽에 남아있어
외롭고 힘들때 조금씩 꺼내 보며 아름다운 추억을 더듬으며 위안을 받곤 한다.
오늘 손님으로 온 이런 두 남녀의 모습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을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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