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2 22:57:50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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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내 시간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다.
오늘도 2시 출근 직원이 오자마자 머리가 아프다하여 바로 집으로
가게하니 모든것이 내가 감당해야 할 시간이어서 늦게야 집에 오게됐다.
집에서 딩굴딩굴 놀면서 지내는 사람이 너무 부러운 밤.
재미있는 조정래목사의 글을 대신 올리며 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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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86년에 한국의 감리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강원도 인제원통의 철책선 부대인 37연대에서
군목으로 3년간 근무한 후 미국에 1992년에 유학을 왔습니다. Dallas, Texas에 있는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의
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미국인 연합감리교회에서 16년간 목회를 해 봤습니다. 지금은 교단에다 일년간 목회휴직서를
내어 놓고 치즈공장에 취직하여 교회밖의 삶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미국인 연합감리교회의 정회원으로 담임목사생활을 할 때는 사람들이 제가 목사인 것을 인정해 주었지만,저는 속으로
“껍데기만 목사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목사는 돈받고 교인들의 비위를 맞쳐 줘야 한다는 점에서 창녀랑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은 저에게, “사람들 비위 맞추는 목회를 하니 힘들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당당한 설교자 되어야지”하고 훈계를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을 담대히 선포하면 교인들이 말씀에 순종하여 생활의 변화가 일어나면 좋을텐데,현실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 주면, 진주의 가치를 모르는 돼지가 “먹지도 못할 진주는 왜 주냐? 차라리
구정물이라도 주지!”하며 진주를 짓밟고 진주를 던져 주는 사람에게 달려 들어 물려고 들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세례요한도 헤롯왕에서 입바른 말을 하다가 목이 잘려서 쟁반위에 놓이는 신세가 되었고, 예수님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시다가 사람들에게 오해와 미움을 받아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당하셨는데, 목사도 바른 말하다가 교인들에게
미움을 받아 쫓겨날 가능성이 늘 있는 것입니다.
요즘은 목사들이 과잉생산되어 재정실력이 있는 교회들이 목사청빙광고를 내면 목사들의 이력서가 수십장에 쌓이니, 교인들이
목사들을 불러 설교시켜 보고 입맛대로 목사를 뽑으니, 교회에 밥줄이 걸린 목사들은 소신껏 설교하기가 힘든 불량한 구조에 걸려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교회를 맡지 않고 공장에서 일해서 생활비를 버니 아무도 저를 목사로 인정하지 않지만, 저는 속으로,
“오히려 목사가 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번 작성하던 설교문을 쓰기가 싫어서 고역처럼 느껴졌지만, 요즘은 거의 하루에 한편씩 설교 비스무리한
수필을 써서 이멜로 친구들에게 보내고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리니 사람들이 읽어 줍니다.
인터넷에 “해장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을 올린 사람의 글은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었던데, 제 글은 많아야 3백명정도가 읽어
주시니 대단한 성과는 아니지만, 제가 교회 목사로 있을 때 100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제 설교를 들어 주던데 비해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읽어 주시는 것입니다.
저랑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군의관님은 서울에서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시며 대한의사협회 회장일을 보시는데 이 분이 저에게,
“보내 주는 글 재미있다. 열혈팬이다. 계속 보내라.”고 격려를 해 주시기도 하고,변호사로 계신 분도 제 글을 읽어 주시고,
의과대학교수로 있는 제 중학교 동창생, 미국대학에서 교수로 계신 분, 치과의사, 뉴욕에서 사업하시는 분도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은 주로 기독교인이거나 목사님들이지만, 불교공부를 열심히 하시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 부부도 계십니다.
저는 불교신자인 이 분들과 마음이 잘 통하는 것 같습니다.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은, 저에게 “목사라는 이름을 떼라. 사이비목사야. 공장에서 일하는 공돌이라고 하라”하며
공격을 해 오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 분들은 제 글을 읽느라 시간낭비하지 마시고 보수파 목사님들의 글을 찾아서 읽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제가 쓰는 글의 제목인,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에서 “목사”라는 직함을 빼면 “조정래의 세상사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러면 “태백산맥”을 쓴 유명한 소설가 조정래와 혼선이 생길까봐 그냥 “조정래 목사”라고 씀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목사도 목사나름이지요. 본훼퍼 목사나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훌륭한 목사들은 하늘의 별같이 칭송을 받아야 하지만, 요
즘은 줄만 서면 들어가는 신학교를 나와서 아무나 목사가 될 수 있는데 목사가 무슨 대단한 벼슬입니까?
며칠전에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Brian이라는 40대 중반의 남자는 저에게 오더니, “너 전직 목사라고 들었는데 맞냐?”하고
묻더군요. 그래서, “맞다.”고 했더니, Brian이 “일마치고 한 5분간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묻길래,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Brian이 왜 저랑 얘기하고자 할까 궁금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돈 빌려 달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아 예상문제에 대한
답을 준비했습니다. “내가 돈이 많으면 이런 치즈 공장에 일하러 올 것 같냐?”로 부터, “돈문제는 우리 집사람이 관리하니
나는 발언권이 없다.”거나, “아내가 사슴을 치어 차를 폐차처분하고 다른 차를 사느라 우리도 은행에 빚을 얻어다 쓴다.”하는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드디어 퇴근시간이 되어 Brian과 저는 주차장 마당으로 걸어 가며 말을 했습니다. 제가, “뭣땀새 나를 보자 했는감?”하고 물었습니다.
Brian은, “이혼한 전처가 다시 합치자고 한다. 그런데, 나는 요즘 Georgia주에 있는 어떤 여자랑 얘기가 잘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속으로, “일단 돈문제는 아니니 안심이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Brian에게, “전처랑 몇년같이 살았느냐? 전처와 살면서 아이가 있느냐? 아이들은 지금 몇살이냐? 이혼한지는 몇년 되었냐?
무슨 문제로 이혼하게 되었냐? 전처는 몇살이며, 지금 인터넷으로 사귄 여자는 몇살이냐?”등을 묻고 Brian 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얘기를 들은 후, “오늘은 5분이 지났으니, 다음에 또 시간을 정해서 어떻게 이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 나갈지 함께 생각해 보자”고 했습니다.
우리 동네의 빈민아파트에 사는 Wes라는 젊은이가 차가 없어서 치즈공장에 출퇴근하는데 차를 태워 주고 있습니다. Wes는 32살
먹은 백인 젊은이인데 무슨 이유때문인지 앞이빨이 하나 빠져 있어서 가난한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차를 같이 타고 가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Wes는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운전면허가 취소되었고,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랐고, 어머니와는 의절을 하여
말도 하지 않고 지난다고 하며 여동생은 마약중독으로 아이들을 위탁가정에 빼앗기게 생겼고, 여동생 남편은 가정폭력으로
감옥에 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퇴근을 하면서 Wes에게 “내가 배가 고파 Subway 가게에 쌘드위치를 사 먹으려는데
너도 하나 먹겠느냐? 내가 사겠다.”고 하니 고맙게 먹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이렇게 사는 것이 최상의 목회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목사들이 저처럼 살면 대부분의 교회가 문을 닫게 될 지 모릅니다.
그래도 저는 당분간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친절한 친구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신다고 믿습니다. 성경책의 요한복음3:16에, “하나님이 교회를 사랑하사”라고 되어 있지 않고,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사”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어 주셨다고 되어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