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살고 있는 아들아이가 초등학교 오 학년 때다.
그 날 밤 나는 아이들 아빠와 심하게 다투고 울고 있었고 그는 집을 나가겠다면서
큰 소리를 치면서 겉 옷을 입으러 방에 들어갔다. 이 광경을 본 아들이 층계를 내려오는
아빠를 자기 두 팔로 막으면서
“You can’t go out. 당신은 나와 내 동생을 책임질 의무가 있습니다.“라며 버텼다.
아들의 그 한 마디에 풀 죽은 그가 힘 없이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책임지라는 말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질 때
까지 우리는 법적 부부로 남아 있었다.
부부가 파뿌리될때까지 잘 사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책임과 의무를 다 함께 잘 하면서
사는 부부라면 더 할 나위없이 남들로부터 칭송 받을 만 하다.
우리는 대게 멋 모르고 결혼하여 어영부영 남들처럼 자식낳고 살아간다.
글이나 영화에서 본 그 멋진 결혼 생활이 내게도 쉽게 올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버지 사랑을 전혀 받아보지 못한 나는 가끔씩 이런 일로 슬픈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아버지 당신의 책임을 다하시오. 딸이 필요한 공책과 연필도 사주시고
월사금도 밀리지 않게 제 때에 꼬박뽀박 내 주시오.”라고 떼를 써 본다.
“미안하다 딸아, 다시 만나게 되면 꼭 그렇게 해 주마.”
지하에 계신 아버지가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밤으로 생각하며 행복하게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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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들이 한국 다녀오면서 사다주신 채소씨앗들을 심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채소들이 자라나면 답례 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