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632 – 노인예찬

2016.05.25 21:57:44 (*.69.3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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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인터넷이 죽어 글 못 올리고 잤습니다. 인터넷도 브레이크가 필요한지

가끔 얼굴을 감추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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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언니가 시드니 항구를 통해 도착했다. 예정보다 조금 늦었다.

엘에이에서 운전해 오면서 쉬엄쉬업 왔다고 한다.

은퇴하고 머리 염색을 안하니 이제 정말로 할머니다.

칠 남매 중 나 빼고 둘 남았는데 북미주에는 이 언니 하나 뿐이다.

어제 저녁에는 샤브샤브로 대접을 해 드리니 연상 “맛있다.”며

식사를 잘 한다. 미국생활 평생 했지만 빵은 입에도 대지 못하니

아침부터 입에 맛는 것으로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침에 이곳 저곳 우리집 마당 관광을 시켜드리니 걱정스레이 말한다.

“얘야, 이 넓은 땅에 어쩔려고 이렿게 무엇을 많이 심었노?”

“나 엄마 닮았지 언니?”

“아니다. 니는 엄마보다 더 하다. 얘”

“진짜루 언니?”

“그렇다니까. 웬 농사 욕심이 이렇게 많은고?”

점심 시간에 출근이라 아침도 편안하게 먹고 얘기를 시작하는데

늙음도 괜찮다며 입을 연다. 내가 뭐가 괜찮냐고 물으니

머리 흰것만 보여주면 어디든지 다 부드럽게 넘어가더란다.

할머니인지 아닌지 갸우뚱 거릴때는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만사 형통, “신분증 필요없음 당신은 시니어…” 뭐 이렇게 다 들

알아서 처리해 주니 편하다고 하면서 허 허 허 웃는다.

꽃 밭 가운데서 사진 한 장 찍어 언니 아는 분들에게 카톡으로 보내니

여기 저기서 이어지는 카톡소리가 요란하다.

남들은 부자 부모를 만나 유산도 받것만 우리는 너무 가난해서 그런 것

기대 못하고 살았다고 내가 푸념하니 언니는 이렇게 말 한다.

“그래도 우리는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살아왔잖니.”

옛날 같으면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할 텐데 식사 끝나면 곧 바로

“나 올라간다.” 하면서 게스트 방으로 들어가 꼼짝없다

“노인이 되는 것도 좋다.”라 말하는 언니,

나도 곧 그렇게 말 하게 되겠지. 내가 데워준 뜨거운 귀녀를 끌어안고 잠이든

언니가 오늘 밤 고운 꿈 꾸었으면 좋겠다. 

May 25 Sidnay.jpg

May 25 Sidney 항구.jpg

언니가 뽐은 잡초를 운반하고 있습니다.

May 25 잡초뽑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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