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뭐 하세요?”
저녁을 먹으면서 언니에게 안부하니
“으응, 하루 종일 치과에서 임플란트 하느라 초 죽음이 되어 죽 한 그릇
사 와서 먹고있다. 애구구…”
정말 잇빨 잘 관리해야 한다며 돈 들고 고생한다며 푸념이 심하다.
“언니 내 기억에 엄마는 치과에 들락날락 안 하고 사 신 것 같은데.
내가 엄마에게 무심해서 몰랐을까?”
“아니, 엄마는 구십까지 사시면서 틀이 없이 사 시다 가셨잖니.”
“그럼 우리는 왜 이렇게 잇빨 때문에 신경써야 하나?”
“거야, 아버지 닮아서 그렇지 뭐.”
“아버지가?”
“그럼, 늘 골골 병치레 하셨잖냐?”
나는 아버지에대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처음 듣는 소리다.
“애구머니 왜 하필 아버지의 나쁜 것을 물려 받았데요?”
“얘야,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냐? 으 흐 흐 흐.”
“언니 엄마는 장군이셨지?”
“암, 장군 이셨구 말구.”
언니와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나쁜 것도 받았지만
나의 경우 화가의 길로 갈 수 있는 유전인자는 완전 아버지 것이었다.
그래도 두 분의 유전자가 적당히 잘 섞여 내가 태어 난 것에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조용히 화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이 순간을 허락해
주신 아버지께 감사 드리며 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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