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두시, 조금 전 부엌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물을 먹으로 아랫층으로 내려왔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 둘이서 나와의 약속대로 자기들 전화기를 얌전히
테이블 위에 두고 갔다.
사연은 이렇다.
여즈음 우리집에 두 청 소년 들이 함께 살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한국에서 전화기에 모든것을 의지 하고 살던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도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았다.
오랜 습과이었고 친구들과 헤어져 아쉬워서도 그랬을 것이다.
나와 함께 저녁에 영어 공부를 하게 되면서 전화기를 하루종일 못쓰게하고
잠 자기 두 시간 전 에만 허락했다. 금단 현상처럼 아이들은 불안해 했지만
나는 계속 나의 계획을 밀고 나갔다. 한 동안 옥신각신의 시간을 보내고
조금씩 길 들여지던 차에 한 아이가 내가 낮에 일 하는 동안에 자기 전화기를
슬쩍 빼 내어가서 낮에 사용한 것을 이틀 전에 내가 발견했다.
그 아이가 그날 밤 전화기를 사용 못 한 것은 당연했는데 그 후에 아이는 내게와서
자기의 잘못을 빌었다. 이렇게 우리들의 관계가 조금씩 익숙해 가고 있다.
나는 아이에게 말 해 주었다.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두 아이들이 하루의 공부를 끝내고 시험을 보고나서 100점을 받으면 1 달라씩 준다.
저녁 상을 즐겁게 맞이하는 아이들이 내게 말 해 준다.
“참 맛있어요. 고맙습니다.”
한 놈 씩 번갈아가면서 설거지를 한다.
이제는 내가 전화기를 빼앗으러 침실로 올라가지 않아도 자진해서 내려다
놓고간다. 우리들의 신뢰가 이렇게 쌓여가고 있다.
좋은 밤, 싱그러운 소년들의 순전한 발걸음 소리가 조용히 멀어져 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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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잠시 발을 딛고 왔습니다.
오랜세월 바닷 물 속에서 영글어진 나무들의 색깔이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