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 마당 화단에 이른봄에 들꽃 씨를 뿌렸다. 색깔이 진한 노랑색이고
겉 봉투사진에 꽃 무리가 많고 색상이 야성적으로 되어있어서 내심
큰 기대를 하고 두 봉투를 사다 뿌렸다.
작은 떡 잎이 나오기 까지 한 달도 넘었고 손톱 만큼 자라기 까지 또 한 달이 거렸다.
같이 심은 다른 꽃들은 이미 피었다가 다 지고 말았는데도 이 놈들은 꽃 망울이
터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도 이제는 내 무릅까지 키가 자란 놈들이 기특하다.
오후에 이곳에 물을 뿌리면서 이제 두 주 남았는데 아일랜드 나잇에 꽃이
활짝 피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이놈들이
물 을 마시면서 “알았어요. 마님 노력하겠어요.”라는 듯 너울너울 춤을춘다.
또 다른 쪽에서도 스르르스르르 서로 고개를 부딪히며 “지송해요지송해요
우리 너무 느리지요?” 하며 미안해 한다. 그런가 싶더니 어느 놈들은 이렇게 재잘된다.
“왜 성질이 그렇게 급하세유? 펄펄여사님, 다 때가되면 피게 되어있다니까요.”
그리고는 서로 어울려 크득거린다.
“그렇지? 맞지? 우리 집 마님 성질 급하지?
펄펄여사 별명은 당신 딸이 지은 거라는데 뭐. 히 히 히”
그렇다. 모든 꽃들이 다 지고 난 후에 피는 꽃은 얼마나 더 사랑을 받을 것인가.
* 칭찬받기위해 느리게 피는 꽃.
* 사랑받기위해 머뭇거리며 자라는 꽃
* 주인마님 인내심 길러주기 위해 천천히 피는 꽃
이놈들 때문에 글 감도 생기고 내일 또 만나서 얘기 할 거리도 생긴다.
기다려서 만나는 것 우리를 들뜨게 만든다. 기다림이 곧 행복이다.
기다림은 불편한 것도 아니고 싫은 일도 아닌 곧 만나게 되는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