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750 – 나의 오리발 나의 반성

2016.10.17 00:29:54 (*.66.148.241)
197

오랫만에 교회 나갔다.

그동안 샵에 주일에 일 할 직원이 없어서 몇 주 그리고 지난 주는

시애틀 다녀오느라 교회를 빠지게됐다.

친교 시간이 끝나갈 무렵 교회 사모가 내게 오더니

“권사님, 아라 체크요.” 한다.

(** 아라는 목사님 둘째 딸인데 여름에 우리 샵에서 일 했고 마지막 체크를 말 하는 것이다.)

“뭐요?” 드렸잖아요.

“아니요.”

“애구구 사모님 내 분명히 드렸수다. 이런. 내가 그 동안 교회를 안 나와서.

가만있자. 아라한테 준 모양이네요. 오래됐지요? 한 달 정도?”

“네 그쯤 됐어요.”

“맞아요. 아라가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주었으니 물어보세요.”

“아라가 내게 계속 물어왔어요. 분명 안 받았다고 했어요.”

“아, 아, 내 참 우째 이런일이.  분실됐으면 사장님께 다시 발급 해 달라고

해야겠는데 미안해서 우짤꼬.”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첫 번재 체크를 받은 쪽에서 분실 했고 이번이 두번째라서 나는 여간 당황스럽지 않았다.

집으로 오면서 내내 사장님께 어떻게 말씀 드릴까 고민에 고민을 했다.

“사장님 저~~~ 아라 체크 두 번째 것 저 주셨지요?”

눈을 크게 뜨시면서

“그럼요. 여기 기록이 있지요.”

“네, 그런데 아라가 안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분명히 주었어요.

아, 참 어떻게 된 일일지 알 수가 없네요.”

“허 허 허.”

화가 나실 줄 알았던 사장님은 마음 편하게 웃으신다.

“다시 발급 해야지요 뭐. 세상 끝 나는 일도 아닌데 흥분하지 마세요.”

이 말을 하고 돌아서는 나는 무엇인가 섬광처럼 번득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내 지갑 깊은 곳에 손을 넣어보니 ‘ARA’라 쓰여있는 봉투가 발견된다.

“아구구구구. 내 잘 못이었네.”

주일에 가서 준다고 해 놓고 네 번이나 결석 했으니 그 봉투가 내 지갑속에

잠들고 있었다는 생각은 조금도 못 했다.

“아라야, 미안하다. 수표 찾았다. 이제는 우편 메일로 보내줄께. ”

교회 친교실에서 큰소리 빵빵치면서 “사모님 내가 분명히 주었어요.”라고

했던 내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스스로 쪽이 팔려 죽을 지경이다.

한번쯤 이렇게 말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래요? 내가 안 주었나? 가만있자… 생각 좀 더듬어보지요. 나이를 먹어가니 기억력이 가물가물.”

“그러게 언제나 여유있게 뒷 말 할 것을 준비 했어야 했어.”

오늘은 완전 실패, 큰 소리 치다가 스스로 망신 스러운 날이었다. 얼굴 빨개져서 어서 자야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틀 전 토요일 함께 거하던 친척 가족들이 아파트를 얻게되어 나갔습니다.

4개월 1주 동안 동거동락 하면서 잘 지냈지요. 오늘 밤에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이 글을 씁니다. 친척의 아내가 새벽일을 나가기 때문에 나는 그림이나 글을 쓰는 밤 시간에

음악의 볼륨을 아주 작게 틀어놓고 들었습니다.

그 들과 함께 있는 동안 나의 이민 초창기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온 가족이 건강하며 앞날에 계획하는  모든 일들이 잘 이루어지기를 기도드립니다.

Oct 16.jpg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