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녀(Oat Hot Bag)를 끌어안고 잠을 자다.
낮에 이렇게 널널하게 긴 잠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 만인가.
잠이깨면 보던 책(토지)을 들어 읽는다.
배가 고프면 부엌으로 내려가 대충 있는 것을 챙겨 먹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입 맛이 써서 음식 맛을 못 느끼지만
그런것은 이제 상관없다. 그냥 편하면 된다.
겨울 햇살이 유난히 빛나는 날
오후에 리빙룸 깊숙이 들어온 햇살을 맞이한다.
어디를 가야할 일도 없고
일을 나가야 할 일도 없고
전화를 걸어야 할 곳도 없이 고요하다.
창을통해 뜰악을 내다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시선이 갈무리 못한 나뭇잎들에 머문다.
언제나 빨리 지나쳐야했던 뜰악이다.
마음은 있지만 정리해 주지 못했던 낚엽들과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 분주함 때문이다.
언제 소리없이 붉은 장미가 또 피어있었다.
보아주지 않는 주인을 얄궃다고 생각하는 양 얼굴이 약간
빼또롬하게 돌아서 있다. 미안한 마음이다.
이층 계단을 올라가는데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간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데 뭐가 그리 바빴을까?
아픔은 이렇게 교훈을 준다. 고맙다.
여기 저기서 까톡까톡 혹은 메일이 들어온다.
많이 아파요? 한 템포 늦추시면서 사세요. / 이모 건강 조심하세요. 힘 내세요. / 이럴 때 푹~ 쉬세요. / 기도 해 드릴께요. /
쉬어 가라고 일부러 신호를 보내주신 거지요. / 몸살인가요? 추스리시고 힘 내세요 / 커피 한잔 해요. /
여성회 회장 / 아는 목사님들과 / 언제나 나의 격려자인 고등학교 친구 / 교회 가족들 조카등등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살아갈 용기가 불끈 솟는다.
외롭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저녁부터는 빠져 나갔던 힘이 다시 모이기 시작한다.
곱고 따스한 겨울 햇살을 오랫동안 볼 수 있었던 하루는 정말 행복했다.
내일 일찍 또 일 나갈 준비를 하면서 화이팅을 불러본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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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 다녀온 해리슨 핫 스프링 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