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새 순이 돋을 때 새 아기 탄생처럼 기쁘고 가슴 뿌듯하더니
어느듯 이놈들이 늙어 땅으로 떨어져 온 마당을 어지럽힌다.
차일피일 미루어오다 퇴근 길에 마당에서 선 채로 갈쿠리를 집어 들었다.
이 집에 처음 이사왔을 때만해도 낚엽이 이렇게 많이 쌓이지는 않았는데
해가 갈수록 나무들이 성큼성큼 커 지면서 잎들이 무성하더니만 가을이 되니
커다란 일 거리가 됐다.
대문 앞 부터 긁어 내려가면서 시작했는데 젖은 것이라 여간 무겁지 않다.
커다란 쓰레기 통에 담아 들지는 못하고 내년 거름 할 곳으로 겨우 끌어갔다.
이 것을 두 번 하니 내 에너지는 고갈되어 더 이상 긁을 수가 없다. 마당을 훓어
내강 계산 해 보니 앞으로 열 번 만 더 하면 될 것 같다. (현재 떨어진 놈들)
그러나 왠걸, 나무들 위를 쳐다보니 아직도 푸른 잎들이 와그르르 달려있다.
열번은 어림 없는 계산이다.
젊었을 때 같으면 척척 하루에 열 통도 무섭잖게 버렸겠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가야한다.
그저께 주일에 우리교회 조용완목사님이 내게 오더니 다정하게 인사를
한다. 매 번 그렇기는 하지만 그 날은 뭔가 다르다. 정신을 차리고 목사님과
마주한다. 목사님이
“권사님 저, 어, 음, 내년에는 교회 일 뭔가 일 하나를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목사님, 내 나이가 얼만데 그러세요? 곧 육학년 팔 반돼요. 이 늙은이가 무슨일을 합니까?”
“아직 칠 학년 아니잖아요.” 으 으 끙끙 말 해 놓고 목사님도 끙끙 거리는 듯 하다.
내가 펄펄 뛰어보았지만 목사님은 꿈쩍도 안 하고 빙긋 웃기만 한다.
“기도 해 보지요.” 나는 기도 해 보지요라는 소리를 참 싫어하는데 일단 대화에서 빠져
나갈 구실을 찾기위해 이렇게 말 하고 집에왔다.
집에와서 목사님의 부탁을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아니다.
기도라는 것이 우선 내 마음에 편안하게 들어오는 생각이 응답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처음부터 펄펄 뛰지 않았는가? 목사님은 우리 아이들 나이기 때문에
나이 먹은 사람의 에너지 고갈을 모른다. 나도 그 나이때는 밤이 늦도록 일 하고도
내일 아침 거뜬히 눈 비비고 일 갔다.
그러나 혹 목사님이 이렇게 기도 할까봐 걱정스럽다.
“주님이시요, 이엘리샤 권사님에게 힘들 배나 부어 주소서.
힘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젊은이 처럼 총명하게 되 돌려주소서
매일 전화기 잊어 버리고 샵에갔다가 집에 다시 오고 집에 와서는
샵에 전화기 가지러 가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하나님께서는 목사님 기도를 들어주실까? 아무래도 목사님은 하나님과 가까우시니까
영 불안하다. 나는 오늘 밤 이렇게 목사님에게 부탁하고 자리에 든다.
“목사님 기도 살살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