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775 – 작은 쉼

2016.11.24 00:41:01 (*.66.14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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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샤워하고 머리도 젖어있는 상태인데 샵에서 걸려온 직원의 다급한 전화소리.

“인스팩터” 소리를 지르며 다음 말 없이 전화기를 내려 놓는다.

‘비잉~~~’ 하는 전화기의 여운이 내 마음을 급하게 만든다. 아침 먹으려고 스토브를 켰던 것,

기타 모든 것을 정지하고 코트도 못 입고 급하게 샵으로 달려가는 엘리샤.

젖은 머리로 겨울에 밖에 나가면 담박에 감기 걸리는 것을 알지만 감기가 대수냐~

이 달에는 늦게 왔으니 23일동안 노심초사 그다렸던 암행어사 출두다.

샵에 들어서니 내 눈에 전등 하나가 꺼져있는 것이 보인다. 아니, 어제까지 안 그랬는데

왜 하필 오늘? 정말 미치고 환장하는다는 말은 이때 쓰는 것이다. 슬금슬금 눈치를보며

얼른 갈아끼는데  “내가 이미 사진 찍었어요.”라 말하는 암행어사.

“시끼 넌 아주 야비해.” 속으로 내까리며 힘 빠지는 엘리샤. 으흠.

그럭저럭 두 시간을 요리조리 구석구석을 암팡지게 조사하고 평가를 받는다.

필기 시험을 봐야 한다면 밤 새워 공부해서 A  학점 받을 자신은 있는데 이건 시험보다 더 어렵다.

마음먹고 잡으려 들면 감당 못한다. 그래도 평가서에 ‘전등 꺼졌던 것’은 살짝 봐 주는

여유도 있던 그 암행어사. “시끼 그래도 인간적이구나.”  구겨졌던 내 얼굴이 뽀얗게 피어난다.

그가 떠나고 남은 일 주일은 일은 하지만 ‘후유~’ 하는 마음으로 지내게 되어 메니져의

작은 휴가라고나 할까?  무조건 시동을 걸고 어디론가 간다.

섬 마을에서 가는 곳은 정해져 있다. 남쪽은 갈 곳이 없고 북쪽 뿐이다.

단골로 가는 포도와 체리 농장을 지나가는데 농장문은 굳게 닫혀있고 입구에 

무인 과일 판매대가 있다. 작년에도 그곳에서 사과를 사 왔는데 금년에는 포도를 두 봉지

사 왔다. 아무도 없는데 커다랗고 무거운 돈 통이 놓여있고 내가 가져 가는 양 만큼의

돈을 넣고 온다. 칠판에는 “웃으세요, 당신은 지금 카메라를 보고 있습니다.”라고

쓰여있지만 카메라는 보이지 않고 가짜 등이 천정 코너에 붙어있다. 

“으 흐 흐 흐” 웃음이 절로난다. 사온 포도가 한국 포도처럼 껍질이 얇고 너무 달고 맛있다.

스스로 작은 쉼을 가지면서 위로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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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3  무인판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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