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에 산 지 칠 년 째다.
그 동안 여섯 번의 겨울을 지내고 있는데 금년처럼 확실한 겨울을
만나 본 적이 없다. 많은 눈이 내렸고 앞으로도 올 기미다. 또한 현재 영하
2도라고 하는데 체감온도는 영하 8도라 하니 겨울 맛이 제대로 난다.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읍시~ 너무 춥구나. 오늘 누가 샌드위치 사
먹으로 올꼬?”하며 출근했다. 그래도 사람이 먹어야 사는지 줄줄이
손님이 들어 와 주어서 감사했다.
낮에 꼬마 손님이 홀로 들어와 샌드위치를 산다.
내가 계산을 하면서
“오늘까지 쉬고 내일 학교가지? 방학 동안에 학교 친구들 많이
보고 싶었지?” 하니
“Nop, I just miss one person.” 한다.
내가 “한 사람 누구?”라 물으니
“My girl friend.” 라 대답한다.
“뭐 라구? 여친? 너 같은 꼬마가? 사랑을?”
“Yap”
“Wow.”
긴 얘기를 할 수 없는 내 형편이지만 하도 당당하고 자신있게 말 하는
그 꼬마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이 꼬마는 자신이 열 두 살이라는데
엄마는 자기의 연애사건을 별로 탐탁해 하지 않지만 자기는 상관없이
굳건히 자기 감정을 잘 컨트롤하면서 그 여자 친구와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힘 주어 말 한다.
나는 보았다. 그 꼬마의 총명한 눈 꼬리를
나는 느꼈다. 어른들이 결코 알아 낼 수 없는 그 꼬마의 속 마음을
나는 생각했다. 그 꼬마의 연애가 결코 장난이 아님을
나는 알고있다. 그 꼬마의 계산 없는 순수함을
아, 나도 이런 연애를 하고 싶다.
이 꼬마 신사처럼 이 세상 누구에게라도 떳떳이 자랑 할 수 있는 연애를.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얼마나 영악하고 계산적이며 이기적인 사랑을 원하고 있는지를
그래서 나는 영원히 순수한 사랑에 빠져 들 수 없음도 안다.
될 수 있다면 나도 다시 꼬마가 되고 싶다. 하늘과 땅과 마주 잡고 기뻐할 수
있는 사랑에 푸욱~ 빠져보고 싶다. 그것이 단지 꿈 처럼 잠시 왔다 간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 나 만 이렇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만 천하에 자랑하고 싶다.
“어서 내일이 왔으면 좋겠어요.” 말 하며 돌아가는 열 두 살 꼬마의
사랑이 어찌 그리 부러운지.
나는 아직도 철 들 날이 멀었나부다.
뭐가 부럽다구?
애구구구 새 해 첫 날 부터 웬 사랑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