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802 – 사랑에 빠졌어요

2017.01.02 23:44:32 (*.66.14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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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에 산 지 칠 년 째다.

그 동안 여섯 번의 겨울을 지내고 있는데 금년처럼 확실한 겨울을

만나 본 적이 없다. 많은 눈이 내렸고 앞으로도 올 기미다. 또한 현재 영하

2도라고 하는데 체감온도는 영하 8도라 하니 겨울 맛이 제대로 난다.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읍시~ 너무 춥구나. 오늘 누가 샌드위치 사 

먹으로 올꼬?”하며 출근했다. 그래도 사람이 먹어야 사는지 줄줄이

손님이 들어 와 주어서 감사했다.

낮에 꼬마 손님이 홀로 들어와 샌드위치를 산다.

내가 계산을 하면서 

“오늘까지 쉬고 내일 학교가지? 방학 동안에 학교 친구들 많이 

보고 싶었지?” 하니 

“Nop, I just miss one person.” 한다.

내가 “한 사람 누구?”라 물으니 

“My girl friend.” 라 대답한다.

“뭐 라구? 여친? 너 같은 꼬마가? 사랑을?”

“Yap”

“Wow.”

긴 얘기를 할 수 없는 내 형편이지만 하도 당당하고 자신있게 말 하는

그 꼬마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이 꼬마는 자신이 열 두 살이라는데

엄마는 자기의 연애사건을 별로 탐탁해 하지 않지만 자기는 상관없이

굳건히 자기 감정을 잘 컨트롤하면서 그 여자 친구와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힘 주어 말 한다.

나는 보았다. 그 꼬마의 총명한 눈 꼬리를

나는 느꼈다. 어른들이 결코 알아 낼 수 없는 그 꼬마의 속 마음을

나는 생각했다. 그 꼬마의 연애가 결코 장난이 아님을

나는 알고있다. 그 꼬마의 계산 없는 순수함을 

아, 나도 이런 연애를 하고 싶다.

이 꼬마 신사처럼 이 세상 누구에게라도 떳떳이 자랑 할 수 있는 연애를.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얼마나 영악하고 계산적이며 이기적인 사랑을 원하고 있는지를

그래서 나는 영원히 순수한 사랑에 빠져 들 수 없음도 안다. 

될 수 있다면 나도 다시 꼬마가 되고 싶다. 하늘과 땅과 마주 잡고 기뻐할 수 

있는 사랑에 푸욱~ 빠져보고 싶다. 그것이 단지 꿈 처럼 잠시 왔다 간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 나 만 이렇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만 천하에 자랑하고 싶다.

 

“어서 내일이 왔으면 좋겠어요.” 말 하며 돌아가는 열 두 살 꼬마의 

사랑이 어찌 그리 부러운지.

나는 아직도 철 들 날이 멀었나부다. 

뭐가 부럽다구? 

애구구구 새 해 첫 날 부터 웬 사랑타령~

Jan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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