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이 조금 늦기는 한 날이었지만
밤 늦도록 샵에서 있어야 했던 오늘은 참 지루하고 고된 하루였다.
겨울 저녁 시간은 한가해서 밤 열시까지는 까마득 하다.
말이 그렇지 영업시간 아침 7시에서 밤 10시까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직원들은 스케줄대로 돌아가면서 일 하지만 경영측에서는 그 시간
내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아침에도 7시 출근하는 루스에게 일찍 지시할 일이있어
그때부터 몸을 움직여야 했다. 밤에는 탐슨과 일하면서 내가 미리 준비해간
저녁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언제나 내 음식이 맛 있다고 입을 호호 불며
잘 먹는다. 날씨가 풀려서 어제부터는 자전거를 가져왔지만 매우 추웠던
이번 겨울 내내 눈과 얼음 때문에 왕복 걸어서 다녔다. 내가 운동 후
샵을 들러 마감을 도와주고 집에까지 데려다 주면 너무 고마워 한다.
자동차로 7~8분이면 되는 거리를 걸어 40분 걸린단다. 그러니까 탐슨이
일 끝나고 집에가면 밤 11시나 되어야 집에 당도하게 된다.
그는 어떠한 여건에도 단 하루도 지각과 결근없이 출근한다.
또한 그의 출근은 언제나 10분 전이다.
밤 시간이 깊어 갈 수록 몸을 비비꼬며 힘들어하던 나는 번득 탐슨을 생각해 본다.
가족과 떨어져 만 3 년을 넘기고 이 처럼 매일 하루도 쉬지않고 일하는데
그의 얼굴은 언제나 천사처럼 밝다. 영주권을 손에쥐기위해 마지막 신체검사만
남아있는데 돈은 다 내 놓고 반년을 넘기고 있다. 탐슨의 속은 얼마나 탈꼬?
탐슨보다 조금일찍 퇴근한 나는 물건 오더 날이라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에 앉아야 했다.
매일 잘 열리던 Sysco 사이트가 ‘X’표가 나오면서 “사용량이 많아서 그러니 나중에 하세요.” 란
문구나 나온다. 한 시간을 기다린후 겨우 물건 오더를 마치게 됐다. 오늘처럼 오더한
숫자가 컴퓨터에서 동일하지 않은 날이면 일일히 대조해서 잘못클릭된 것을 잡아내야하는데
밤이라 눈도 가물가물해서 인내가 필요하다.
사장님도 가끔씩 말씀 하신다. “지금은 좀 쉴 수 있지만 나도 일꾼 없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마루바닥 비누질 하느라 밤이 깊도록 오랫동안 일 해 왔지요.” 17년 세월동안의 얘기다.
“아구구.
나만 힘들게 사는게 아녀~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또 살아왔어.
그 중에 나도 끼어 있을 뿐이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