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s Story

아일랜드 이야기 1821 – 물어보지 않은 죄

2017.01.25 00:17:19 (*.66.14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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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빅토리아문학회 회원인 박상현씨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란 제목의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문화의 차이를 알려준 계란 하나’라는

중간제목의 글을 읽는데 빙그레 웃음이 난다.

내용은 이렇다.

그가 영어 공부를 위해 런던 남쪽 해안도시에 위치한 브라이트 대학에

여름방학 코스를 밟기위해서 갔다. 대학에서 정해준 현지인 가정의

숙소에 들어갔는데 매일 빵과 파스타같은 서양 음식만 먹어 속이 느글거리고

소화가 안되고 더부룩했단다. 끙끙 거리던 어느날 용기를 내어 여주인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을 끓여 먹어도 되겠냐고 물어 허락을 받고 라면을

끓였다고 한다. 라면을 끓이다가 마지막에 “계란을 넣어야 제 맛인데”

생각을 하다가 주인에게 묻지도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집 냉장고

문을 열고 계란을 하나 ‘톡’ 깨는 순간 갑자기 주인 마님이 부엌으로 불쑥

들어와서 하는말이

“아무 얘기도 없이 그 계란을 먹으면 어떻해!”라며 심각하게 말 하더란다.

“씨~ 계란 하나 가지고 시리…”

“내가 한 판 사다주면 될 것 아니냐?” 해 보았지만 막무가네로 혼을 냈단다.

그날 작가는 서러워 눈물 섞인 라면을 먹으면서 “이 계란 하나로 문화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고 고백한다.

작가가 미리 여 주인에게 이렇게 말 했다면 그리 혼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라면이라는 것은 꼭 계란 하나를 ‘톡’ 하고 넣어야 제 맛이 나는데 지금

시간이 없어 못 사러가니 하나 빌려주세요. 바로 사다 놓겠습니다.”

하숙생이 주인 것을 묻지도 않고 가져다 먹었으니 혼 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우리는 한계가 모호하게 사는 민족이다. 적당히 이해하고 적당히 봐 주고

그러면서 속이 쓰려도 말 못하고 참고사는 야릇한 백성아닌가.

몇 년 전이었다.

일년에 두어번 성가대원들 식사를 대접하는데 대원이 몇 명오는지 여러번

물어서 의자도 정확하게 준비하고 식사량도 잘 맞춰 준비 해 놓았다.

시간이되어 대원들이 하나 둘 나중에는 우루루~~ 들어오는데 아이 둘을 데려온

교우가 있다. 나는 순간 너무나 당황했다. 아이는 기대치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그 엄마에게 약간 큰 소리로 “아이구, 아이를 데려 오려면 미리 말을 해 주었어야지요.”

그녀는 찔끔하는 눈치다. 할 수 없다. 이렇게 말 안 하면 계속 그렇게 하지 않을까?

어른들 모임에 아이들이 끼는 것이 서로간에 즐겁지 않지만 베이비 시터를 못 구했거나

사정이 꼭 데려와야 할 경우에는 양해를 구하면 될 일을 말 없이 불쑥 데려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본다. 그 이후 이런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지 어찌해야 좋을지 애매하면 주저말고 상대에게 꼭 물어보면

혼줄 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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